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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우리도 청년이다" 목소리 내고 싶은 장애인 <하> 정신장애를 말하다

편견 깨려 펜 들었다, 정신장애인 더불어 사는 세상의 꿈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22-04-19 19:47:04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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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강의 총 다섯 차례 진행
- 마지막은 자신만의 글 완성하기

- 의무고용제·취업정책 부실함 등
- 수강생들 다양한 경험 소재로
- 비판의식 녹인 이야기 써내려가

- “병보다 사회 시선이 더 아프다”
- 발표 땐 서로 공감의 기립박수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2월 25일부터 5주간 부산 해운대구 송국클럽하우스에서 청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나금융나눔재단과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의 지원을 받아 기자가 진행한 글쓰기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공통으로 전한 바람이다. 정신장애인은 가까이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당사자가 직접 쓴 글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다섯 차례 강연을 진행하며 마주한 그들의 의지에서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지난달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송국클럽하우스에서 청년 정신장애인들이 본인이 작성한 원고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걱정 반 기대 반

앞서 칼럼 읽기와 브레인스토밍·마인드맵 만들기에 이어 세 번째 강좌 때는 본격적인 글쓰기를 앞두고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몇 가지 전달했다. 신문 기사의 경우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써야 한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이를 위한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예시를 들어 설명하기 ▷비유하기 ▷경험담 공유하기 ▷관련 데이터 제시하기 등의 방법을 소개했다.

이날 수업이 마무리되고 처음으로 숙제를 예고했다. 본인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하고, 서론·본론·결론도 문장 형태로 만들어 오라고 주문했다.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당혹감과 걱정이 느껴졌다. 수업을 마친 뒤에도 다시 한번 숙제에 관해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느낀 감정은 내게도 왔다. 글을 읽고 생각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는 것과 그것을 글로 옮겨 쓰는 건 또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정리된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 고민을 거쳐 표현과 단어를 선택한다. 과연 이들의 숙제가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 하고 싶던 말

청년정신장애인 대상 글쓰기 강연에서 한 회원이 글을 읽고 있다. 송국클럽하우스 제공
글쓰기에 들어가자 강연에 참여한 청년 정신장애인 회원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숙제도 잘해왔고, 주제도 개인 경험부터 사회적 비판의식을 담은 아이템까지 다양했다. 한 회원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허점을 짚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청년 정신장애인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제도가 잘 지켜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그런 건 아니지만,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대신 돈을 내는 곳도 있다”며 “정신장애인은 다른 장애 부류에 비해 취업률이 낮은데 편견 없이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썼다. 자기 경험과 함께 제도의 내용과 허점, 방향 제시까지 구조상 완벽했다. ‘별로 손댈 곳이 없다’고 이야기하자 회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글 소재를 잡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이도 있었다. 그는 청년 정신장애인 대상 취업 정책에 대한 글을 쓰려고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직접 연락을 돌렸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 전화해보라’는 안내만 돌아오더라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취업 상담은 늘 이런 식이었다. 새 정부는 정신장애인 취업 정책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글로 쓰고 싶다”고 했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좋은 신호였다. 자신이 실망했던 감정을 담아 현재 정책에서 아쉬운 점을 강조하면서 보완할 점을 제안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서로에 보내는 기립박수

마지막 수업에서는 각자의 글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놓쳤던 점을 잡아내고 재정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다들 쑥스러워하면서도 본인이 어떻게 글을 썼는지 잘 설명했다.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정영환 씨가 쓴 정신장애인 동료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특히 마음을 울렸다. 그는 유치원에 다닐 때 깍두기 반찬을 먹고 배가 아파 실례한 기억이 있다며 지금도 그 트라우마로 깍두기를 못 먹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도 내게 소화하지 못한 깍두기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소화불량을 잘 관리하면서 일상을 살아가듯이, 정신장애도 약물 관리와 재활 과정을 잘하면 잘 지낼 수 있다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아픈 것보다 사회의 시선이 더 힘들었다며 “사회는 내게 사망을 의미하는 국화꽃을 보냈지만, 나는 답례로 감사를 의미하는 카네이션을 보내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가 글을 다 읽고 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두 자신이 겪었던 힘든 시간과 기억이 떠올라 더욱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강연을 통해 청년 정신장애인과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가졌던 편견은 정말 편견일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들이 가진 건 다른 사람은 겪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자 생소한 상황일 뿐이다. 다가가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이상하고 무관한 남들’이 아니었다. 일상에서 만나면 그들이 밝히지 않는 이상 어떤 장애를 겪는지 알 수 없다. 그들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회를 이루는 시민이자 주체이다.

갈수록 특정한 성격이나 특징으로 집단을 만들어 개인을 평가하는 세태다. 이는 ‘내가 속한 집단이 무조건 옳으니 따라야 한다’는 이기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소수 집단이 배척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만큼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과 세심한 배려가 중요해지는 시대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청년 정신장애인을 다시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일상을 살아낼 그들에게 힘이 되도록 기립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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