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체르노빌 원전 사고 36주년을 맞아 부산지역에서 노후 원전인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향후 2030년까지 고리 2호기를 포함해 10개 원자로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역 시민사회는 릴레이 농성 등을 예고하며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25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기독단체 연대가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주연 기자 yeon@

부산기독교단체연대는 25일 오전 부산시청사 앞에서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역 20개 교회와 단체로 구성된 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만 일어나지 않았을 뿐 수많은 사고와 은폐, 비리 사건 등으로 위험과 고통,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며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은 지역 주민의 안전권 생명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리2호기 폐쇄 부산시민행동 등도 26일 시청사 앞에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부산시민 결의대회를 가진다. 오는 6월 18일까지 시청사 앞에서 매일 시민 참여 릴레이 농성도 벌일 계획이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 활동가는 “릴레이 농성에 현재 지역 103개 단체가 참여하기로 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기장군수 후보자 등이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반대하는 공약을 약속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달 초 원자력안전위원회에 10년 더 운전해도 안전하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제출했다. 국내에서 설계 수명이 끝난 원자로가 연장 운행된 사례는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2건이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영구 가동 정지됐고, 월성 1호기는 2019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됐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월 26일 4호기에서 폭발 사고가 난 뒤 6개월 만에 에너지 부족 등의 이유로 나머지 1~3호기를 운전하다가 화재 등의 사고로 결국 차례로 가동이 중단됐다.

향후 2030년까지 고리 2호기를 포함해 10개 원자로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고리 2호기가 중요하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박철 상임대표는 “노후 원전은 설비 교체 등에 비용이 많이 투입돼 가동하더라도 경제성이 없다”며 “쌓여가는 핵폐기물 문제도 처리하지 못하는데 노후 원전을 왜 더 가동하려고 하느냐”고 성토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보고서는 관련법에 따라 안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