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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공작소-피란수도 부산…1023일간의 이야기 <5> 덜 알려진 UN 참전국

의료지원 선봉에 선 덴마크 병원선, 적들 떨게 한 에티오피아 부대

  • 나여경 소설가
  •  |   입력 : 2022-04-26 20:23:0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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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칸디나비아 3국 인도적 지원
- 한국전 뒤 설립·운영한 병원이
- 오늘날 국립중앙의료원의 모태

- 한국민 위해 헌신한 위트컴 장군
- 부산대·메리놀병원 건립 이끌어

- 에티오피아軍 용맹성에 찬사도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UN은 신속한 지원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따라 전투지원(16개국-필리핀 태국 터키 그리스 프랑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 콜롬비아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과 의료지원(6개국-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으로 22개국이 참전했고 물자 지원(41개국) 또한 이어졌다. 당시 UN 참전용사는 194만 명에 달했다. 한국전쟁 당시 지구촌 독립 국가 93개국 중 63개국이 참여했으니 3분의 2에 가까운 국가가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은 UN 결의하에 참전한 22개국의 전투·의료 지원 등 전 세계 63개 국가의 도움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가를 재건할 수 있었다.
한국에 가장 먼저 도착한 병원선 유틀란디아호는 부산항에 정박해 전쟁 중 부상을 당한 각 나라 군인과 민간인을 치료했다. 덴마크 유틀란디아 참전용사회, 주한덴마크대사관 제공
■ 국립중앙의료원의 출발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국전쟁 참전 UN군은 전투지원국이다. 전투지원 참전국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조명되지 못했지만, 전쟁 끝난 뒤에도 대한민국 재건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나라들도 있었다.

스칸디나비아 3국 (스웨덴-1950년 9월 28일, 의사 10명, 간호사 30명, 기타 기술행정 요원을 포함한 160명으로 구성된 적십자병원을 파견해 의료지원, 덴마크-1951년 3월 7일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종사원으로 구성된 100명 규모의 적십자 병원선 파견, 노르웨이-1951년 6월 22일 의무 및 행정 요원 83명으로 구성된 60개 병상 규모의 이동외과병원을 파견)이 그 예인데,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무너진 한국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남아 달라는 한국 측 요청을 받아들여 1958년 힘을 모아 병원을 설립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시작이었다. 세 나라가 운영한 국립중앙의료원은 1968년까지 10년 동안 한국에 필요한 의료기술들을 전수하는 교육병원 역할을 했다.

■ 위트컴 장군과 찰리 그린

유틀란디아호는 군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국제 기준을 충족한 병원 시설에다 진료 서비스까지 좋았다고 한다. 덴마크 유틀란디아 참전용사회, 주한덴마크대사관 제공
한국전쟁 당시 미군 제2군수사령관이었던 리처드 위트컴(Richard S. Whitcomb·1894~1982) 장군은 전쟁 중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설립하고 부산 메리놀병원, 부산대학교 건립에 크게 이바지했다. 또한 부산역전 대화재가 발생하자 큰 어려움에 빠진 이재민들을 위해 군수물자를 제공해 미국청문회 자리까지 서게 된 사건은 유명하다.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역설한 위트컴 장군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유명한 일화다.

호주군 중령 대대장이었던 찰리 그린은 1950년 11월 1일 30세의 나이로 한국전쟁에서 사망했다. 찰리 그린의 부인 올윈 그린은 남편 찰리를 잊지 못해 한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아직도 그대 이름은 찰리’. 그녀가 13년 동안 공들여 집필한 도서의 제목이다.

■ 황실근위대 소속 칵뉴부대

1935년 국제사회의 외면 속에서 이탈리아의 침공을 받아 5년간 식민 지배 아픔을 겪은 에티오피아 셀레시에 황제는 세계 평화를 위해 앞장서 한국전쟁 파병에 동참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와 정의 실현의 신념으로 최정예 황실근위대에서 병사들을 모아 1200여 명 규모의 부대를 구성, ‘혼돈에서 질서를 확립한다’는 뜻을 가진 칵뉴부대를 창설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유엔군과 국군은 압록강까지 진출,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과 유엔군은 후퇴를 시작했다. 밀고 밀리기를 거듭하며 치열하게 지속되던 전투였다. 중공군이 서울 점령을 눈앞에 둔 1951년 5월 7일 칵뉴부대 1진 1188명이 부산항에 도착했다. 대한민국에 도착한 칵뉴부대의 인원 수는 적었지만, 그 어느 부대보다 용맹했다. 해발 1500m의 고원지대인 에티오피아에서 단련된 그들은 고지전에서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미 7사단 32연대 소속 예비사단이었던 칵뉴부대는 1951년 8월 강원도 화천군 최전방에 투입됐는데 첫 전투부터 연일 승리했다. 칵뉴부대가 전과를 올리자 주력부대인 미 31연대 대신 칵뉴부대가 최전방에 투입됐다. 고전하던 미군 대신 투입된 칵뉴부대가 무서운 전투력으로 승리를 이어가자 적들은 칵뉴부대 소리만 들어도 전의를 상실했다.

1952년 3월 29일 1진의 승리를 이어갈 1094명 칵뉴부대 2진이 한국에 도착했다. 중공군의 전초기지가 있는 평강 철원 김화 삼각고지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가장 치열했던 전투는 1952년 7월 24일 낙타고지 전투였다. 계속되는 적의 공격으로 결국 퇴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사한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사실이 상부에 보고되자 보병과 미군 전차 네 대가 출동했다. 25명의 칵뉴부대 수색대는 네 구의 시신을 수습해 귀환했다. 전우의 시신마저 수습하는 뜨거운 전우애가 칵뉴부대 불패 신화에 불을 당겼다.

■ NO.1 칵뉴부대 ‘불패의 신화’

1953년 4월 15일 파병된 1270명의 칵뉴부대 3진은 경기도 연천의 요크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맹렬한 중공군의 공격에 맞서 결국 요크고지를 지켜냈다. 이들 칵뉴부대는 253번 전투에 투입됐는데 모두 승리하는 전과를 올림과 동시에 단 한 명의 포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전투력을 인정받아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각각 감사 서한과 부대 표창 등을 받기도 했다.

“목숨을 걸고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우라”는 어길 수 없는 황제의 명과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자긍심이 그들을 용맹한 군인으로 만들었다. 적은 칵뉴부대라는 말만 들어도 도망을 갔고 한국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에티오피아 넘버원’이라고 불렀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칵뉴부대는 4년간 부대를 파견하여 비무장지대를 순찰하고 폐허의 대한민국을 복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 기간에는 부대원들의 사비를 모아 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동두천 보화원의 고아들을 보살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는 한국전참전기념탑이 있는데, 참전용사회관이 건립되면서 생긴 한국참전용사기념공원은 한국어 명패를 달고 있다.

■ 덴마크 병원선 유틀란디아호

인천상륙작전, 유엔 참전국 등은 알고 있으나 한국인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었음에도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덴마크 병원선 유틀란디아호를 알거나 기억하는 사람은 적다.

덴마크는 UN 회원국 중 제일 먼저 의료지원 의사를 밝히며 자국의 가장 큰 반도 이름을 딴 유틀란디아호 병원선을 1951년 3월 7일 부산으로 파견했다. 유틀란디아호는 8500t 규모로 350병동 3개의 수술실, 방사선, 치과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파견된 인원은 의사, 간호사 등 100명 규모였다.

유틀란디아호는 1953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파견되었는데 주로 부산항에 정박해 치료했다. 완치 가능성이 커 UN군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3차 파견 때부터는 헬기를 탑재해 전방 고지 응급 환자를 수송하기도 했으며 승무원 교대를 위해 본국으로 귀환할 때는 벨기에 에티오피아 프랑스 그리스 네덜란드 터키 영국 등을 순회하면서 해당국의 전·사상자 등을 후송하기도 했다.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치료해 주었는데 병원선에서 치료받은 이들은 천국이 따로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자 보유하고 있던 의약품을 유엔한국재건단을 통해 민간병원에 모두 기증하고 1953년 8월 한국을 떠났다.

※공동기획 : 부산광역시 서구·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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