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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폭 행패가 돈이 되는 세상…법원만 모르나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2-05-15 19:37:02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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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부산 중부경찰서를 출입할 때 일이다. 여느 날처럼 기삿거리를 찾던 중 평소 알던 경찰에게서 이런 말을 건네 들었다. “내일 시간 있으면 저녁에 ○○호텔로 가 봐. 아주 볼 만한 일 있어.” 그날 호텔에선 20세기파 소속 행동대장 어머니의 생일잔치가 열렸다. 거리는 낮부터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 큰 이들로 가득했다. 이들 대부분은 20, 30대의 청년이었다. 이들은 외제 차에서 ‘형님’이 내릴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 “오셨습니까”라고 크게 외쳤다. 조폭이 먹고살 게 없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생활’하는 젊은 사람이 있어 놀랐다.

최근 부산 도심에서 벌어진 일련의 조폭 행패 사건에 답이 있었다. 음지에서 암약하던 선배들과 달리 신진 조폭들은 인터넷 방송에서 자기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식으로 벌이한다. 행인에게 시비를 거는 등 시민에게 해를 끼치는 모습까지 콘텐츠로 쓴다.

지난 8일 부산 도심에서 흉기를 든 채 행패를 부렸던 20세기파 조직원 A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전과 24범’이란 오명으로 오히려 인기를 끌어 많은 팬을 거느린다. 구속 영장이 기각된 날 그는 방송을 켜고 유치장에 입감된 며칠 동안의 일을 중계했다. 팬들은 그에게 막대한 양의 인터넷 캐시를 선물했다. 이날 그가 챙긴 돈은 1000만 원 안팎이다.

다르게 보면 행패로 돈을 버는 시대다. 신진 조폭이 앞으로 시민에게 가할 위해가 짐작된다. 흉기로 포장마차 천막을 찢는 등 위협 행동을 한 A 씨에게 법원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남포동 노상에서 손에 흉기를 든 채 A 씨와 싸움을 벌인 조폭 B 씨는 또 다른 사건에 휘말려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이때도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결국 조폭들에게 ‘인터넷 방송을 활용해 적당히 행패를 부리면 큰돈을 벌 수 있고 구속도 면한다’는 신호를 준 꼴이 됐다. 한 조폭은 구속을 면하기 위해 1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 변호사를 샀다는 말이 나돌기도 한다.

경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찰은 비교적 경범죄라도 신진 조폭이 벌인 일은 관할서 대신 부산경찰청 차원에서 수사하고 있다. 검찰과의 협조도 원활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 단계에서 구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찰도 동력을 얻기 어렵다.

메가시티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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