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8면 등 보도)에서 박태수 전 부산시 정책특별보좌관과 신진구 전 부산시 대외협력보좌관이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사실상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한 때는 같은 배를 탔던 오 전 시장과 두 전직 부하 직원이 법정 앞에서 입장차를 보이며 갈라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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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 당시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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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 전 특보, 신 전 보좌관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기일에는 박 전 보좌관이 출석했다. 정식 공판기일이 아니라 피고인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
이날 박 전 특보와 신 전 보좌관의 변호인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받아낸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이 같은 행위가 법률적으로 죄가 되는지 여부는 차후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 등을 토대로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반면 오 전 시장 측은 제기된 혐의 전반을 부인했다. 또 오 전 시장 측은 검찰이 적시한 공소사실 중 공모와 관련한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세 사람이 공모해 범행에 이르렀다고 설명할 뿐, 구체적으로 이들이 무슨 과정을 거쳐 각자 어떤 역할을 하도록 합의했는지 빠져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오 전 시장 측은 사실상 오 전 시장의 지시 없이 실무진이 알아서 벌인 일이라는 취지의 변론을 이어갔다. 오 전 시장 측 변호인은 “시장이라고 다 아는 게 아니다”며 “형사상 책임을 지려면 그 행위가 일어났던 사실을 알고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았어야 될 텐데, 누가 어떻게 보고를 했고 또는 오 전 시장이 어떻게 지시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향후 정식 공판이 진행되면 박 전 특보와 신 전 보좌관은 ‘오 전 시장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생겨났다. 공모로 일어난 범행이 아니라 일방적 지시를 따른 데 불과하다는 논리다. 앞서 검찰이 이번 사건을 기소하기 전 수사 단계에서 정무직이 아닌 일반 공무원 4명에 대해서는 사건에 관여했지만 지시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오 전 시장 등이 2018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간부 공무원을 시켜 부산시 산하 6개 공공기관 임직원 9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직에서 물러나게 했다며 지난달 8일 세 사람만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