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돈 측 “몰랐다” 혐의 부인 속
- 檢 공소장엔 구체적 설명 없어
- 일각선 “인수위 시절 사건 시작
- 박재호 위원장 증인소환” 주장도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박태수 전 부산시 정책특별보좌관과 신진구 전 시 대외협력보좌관이 혐의를 인정(국제신문 23일 자 8면 보도)하면서도 누가 사퇴 압력을 지시했는지를 놓고는 주장이 달라 온갖 추측을 낳는다. 사퇴 압력 논의는 지방선거 직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당시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된 만큼 인수위에서 활동한 인물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23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일 열린 부산판 블랙리스트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특보와 신 전 보좌관 측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이들이 오 전 시장과 공모해 2018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부산시 산하 6개 공공기관 임직원 9명을 사직시키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있다고 본다.
두 사람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했지만, 입장은 서로 다르다. 이들은 사표를 받아내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누가 사표 압력을 행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느냐는 점이다. 신 전 보좌관은 지시자로 박 전 특보를 지목한다. 공공기관장 일괄 사표 논의는 2018년 6월 지선 직후 꾸려진 인수위원회에서 논의됐다. 자신은 인수위에 소속된 적 없어 오 전 시장의 지시를 받은 적 없으며, 자신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건 박 전 특보라는 것이다.
반면 박 전 특보는 자기 역시 단독으로 그런 일을 계획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괄 사퇴 압력은 오 전 시장이나 그의 영향력에 준하는 인수위 관계자에게서 받았다는 말이 성립한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지난 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 전반을 부인하는 한편 “시장이라고 다 아는 것이 아니다”며 실무진이 벌인 일이라는 취지의 변론을 펴는 등 선을 그었다.
결국 셋 모두 이번 범행은 공모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방적 지시나 독단적 실행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진짜 피고인’은 따로 있다는 말과 같다. 이 부분을 놓고 검찰은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당연히 세 사람이 공모해 범행했다’는 식으로 뭉뚱그린 상황이다. 오 전 시장 변호인 측은 검찰에 공모 당시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 등을 증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퇴 압력 지시자가 누구인가를 따지려면 결국 지선 직후 인수위 때 인사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인수위에서 비롯된 탓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지시 관계를 명확히 한 리스트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당시 인수위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당시의 상황을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인수위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이 위원장을, 전재수(북강서갑) 의원이 시민소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정치권 인사가 인수위 핵심 보직을 차지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왔다.
이 밖에도 6개 분과에 걸쳐 한국해양대·부경대·부산가톨릭대·부산대·신라대 소속 교수 5명과 변호사 1명이 분과장으로 일했다.
일각에서는 인수위 관계자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운다고 해도 선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실질적인 심문이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