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철도차량사업소의 토양오염 책임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게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산법원종합청사. 국제신문 DB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행정2부(문흥만 부장판사)는 코레일이 부산 중구 상대로 제기한 오염토양 정화 및 토양오염물질 사용제한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을 보면 중구는 2020년 6월 27일 부산역 부산차량사업소 부지(6만4472㎢)에 대한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벌였다. 이 부지는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 해양수산부가 각각 부지를 나눠 관리하는 땅이다.

조사 결과 7개 지점 10개 시료에서 2000㎍/㎏를 초과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됐다. 2000㎍/㎏는 TPH의 토양환경보전법상 3지역(철도용지 등) 토양오염 우려 기준이다. 납 역시 7개 지점 10개 시료에서 기준치 700㎍/㎏가 넘는 농도가 검출됐다. 이 결과를 근거로 중구는 각 기관에 토양 정화와 토양오염물질(TPH) 사용제한명령을 내렸다.

코레일은 이를 거부했다. 기름 오염은 주로 윤활유에 의한 것이었다. 코레일은 부지 내에서 TPH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은 윤활유 사용이 거의 없어 책임을 묻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윤활유에 국한하지 않고 TPH 물질 전체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납 오염 역시 항만 개발 과정에서 외부 토양이 유입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코레일의 주장이 대부분 이유 없다고 봤다. 정밀 조사 보고서에 납 오염은 차량 도색, 코팅, 비산먼지 발생 등인 것으로 추정되며, TPH 오염 원인은 선로 윤활 작업, 현재 보유 중인 지상탱크저장시설 및 과거 존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저장시설에서의 누유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차량 선로 저장시설 등은 코레일이 소유·점유 또는 운영하는 시설이므로 코레일에게 정화 책임이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윤활유로 특정하지 않고 사용제한명령을 내린 것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중구가 TPH 사용제한명령의 기간을 정하지 않은 건 위법하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토양환경보전법상 이행 기간은 2년 이내로 정해져야 하는데, 중구는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 ‘2020년 8월 26일부터 계속’ 사용을 제한시켰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이행기간을 지정하지 않은 사용제한명령 전부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