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을 앞둔 부산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 대형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고가의 금품 등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금정구의 한 재개발 구역 시공권을 두고 A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20일 밝혔다. 이 재개발 구역은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내 유명 대기업 A와 B 사 간의 경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있다.

금정구 재개발구역의 한 조합원이 지난 15일 건설사 홍보요원으로부터 받았다고 국제신문에 밝힌 고기 선물. 제보자 제공

지난 12일 벡스코에서 열린 합동설명회에서 다른 지역의 재개발 구역 조합원이 홍보활동을 방해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건설사는 해운대경찰서에 이 조합원들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상대 건설사가 우리가 시공한 재개발지역의 일부 조합원을 동원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흠집을 내려는 의도다”고 말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A사 B사 모두 조합원을 상대로 식사 대접을 하고, 특히 A 사는 조합원에게 한우와 홍삼 등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원 C 씨는 “두 곳 모두 식사 대접은 기본적으로 한다. A사는 고기 세트와 건강식품까지 줬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D 씨도 “A 사 홍보 OS(홍보대행) 요원이 시공사 지지를 요청하며 조합원에게 선물을 줬다. 최근에는 매일 같이 찾아온다. 고기세트 홍삼 과일 등을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다.

A 사가 조합원에게 식사 대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은 또 있다. 국제신문이 A사 OS업체의 지출내역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선물과 식사를 제공한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확보한 문건에 나온 45명의 이름을 조합원 명단과 대조한 결과 39명의 이름이 일치했다. 식사 메뉴는 한우 회 한정식 등 다양하고 식대는 4만~15만 원이었다. 식사 후 커피 케이크 선물 등도 함께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거나 받는 것은 불법이다.

재개발 조합과 A 사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재개발 조합 측은 “현재 돌아다니는 사진과 문서는 모두 사실 무근이고 조작된 사진이다”고 전면 부인했다. A 사 관계자는 “홍삼을 구입한 적도 없고 명함을 올려서 선물하지도 않았다. 어떤 경로로 명함이 도용되고 있는지 몰라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건설사 측은 오히려 B 사가 선물을 뿌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