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은 선거 전 립서비스였던 것 같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새 정부가 경찰을 바라보는 시각은 명확하다. 권한이 비대해졌으니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거다. 경찰의 독립성은 뒤로 밀렸다. 통제 방법도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최근 경찰과 검찰의 고위직 인사가 연달아 있었다. 먼저 인사를 발표한 건 경찰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1일 28명의 치안감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사상 초유의 인사 번복 사태는 논외로 두자. 어찌 됐든 행안부가 인사 최종안을 발표한 것은 밤 9시가 지나서였다. 부임일은 바로 다음 날인 22일. 인사 소식을 뒤늦게 전달받은 전국의 치안감은 부랴부랴 짐을 싸 새 부임지로 향했다. 한 치안감은 당일 밤 연락을 받고 급히 비행기를 알아보느라 진땀을 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바로 다음 날 있었던 검찰 인사는 오후 4시 30분 단행됐다. 대검검사급(고검장 검사장) 검사 33명이 새 자리를 찾았는데, 이들의 정식 부임 일자는 오는 27일이다. 그간 함께 일했던 직원과 석별의 시간을 나눌 시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 5일 정도 주어졌다.
하루 만에 벌어진 두 인사는 시기와 방법 면에서 크게 비교된다. 경찰은 배려받지 못했다. “순경도 이런 식으로 인사를 내지 않는다”며 씁쓸해하는 한 경찰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부가 경찰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조직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도 검찰과 비교된다. 검찰은 검수완박 등 조직의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일사불란하게 맞섰다. 상대가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상관없이 ‘맞짱’을 떴다. 평검사는 연판장을 돌리고, 고위직은 너도나도 옷을 벗겠다며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 21일은 치안감 인사뿐만 아니라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권고안이 공개된 날이기도 했다. 경찰국 설치,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 등 경찰의 인사 감사는 물론 수사 분야까지 행안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경찰 고위급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단 한 명, 김창룡 경찰청장만 “직을 걸겠다”고 했지만 공허하다. 김 청장은 2년의 임기 중 마지막 한 달이 남았을 뿐이다. 젊은 경찰만이 내부 게시판에 글을 적고, 직장협의회에서 입장을 내지만 구심점이 없다. 한 경찰은 지휘부의 침묵에 “총경급 이상 고위직이 목소리를 내야 화제가 되고 영향도 받을 텐데 조용하다. 백날 소총만 쏴서 뭐 하나”며 자조한다.
이해는 된다. 검사는 옷을 벗으면 변호사 개업해 먹고 살 수 있지만, 경찰은 옷 벗으면 할 수 있는 게 뚜렷하지 않다. 이 탓에 조직 내 보신주의가 만연한 것도 맞다.
그러나 자신이 평생을 몸담은 조직의 명운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경찰은 싸울 것인가 보신(保身)할 것인가. 선택이 궁금하다.
박호걸 메가시티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