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6·25 때 통도사에서 부상당한 군인들 도왔죠”

한국전쟁 ‘통도사병원’ 증언 유일한 생존자 박기수 옹

  •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   입력 : 2022-07-04 20:25:19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학도병1기로 육군병원 분원 근무
- 통도사 호국현충시설 지정에 기여

한국전쟁 당시 제31육군병원 분원이었던 통도사의 현충시설 지정을 기념하는 호국영령위령재가 지난달 통도사에서 열렸다. 분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한 박기수(89) 옹도 행사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당시 육군병원 소속 부대원으로는 유일한 생존자다. 2019년 9월 25일 용화전 미륵존불 복장에서 발견된 연기문에는 6·25 발발 후 국군 상이병 3000여 명이 통도사에 들어왔고 2년 후 4월 12일 퇴거했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통도사 주지와 총무원장을 역임한 구하스님의 친필이었다. 대광명전에서는 당시 입원한 군인이 남긴 필적이 발견됐다. 박 옹의 증언과 기록 등으로 인해 통도사는 호국현충시설로 지정됐다.

박기수 옹이 통도사에 육군병원 분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박 옹은 전쟁이 났을 때 고향인 진양군 미천면(현 진주시)에 있었다. 북 인민군이 고향까지 점령했다. 당시 인민군은 인민위원회를 조직, 가구마다 남자 한 명을 징집했다. 아버지가 인민위원회에 끌려가게 됐는데 “아버지보다는 자네가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미천면 인민위원장의 제안으로 아버지를 대신했다. 끌려가던 중 학교 선배인 강태홍 전 부산시장을 만나게 됐고 “이대로 끌려가면 공비로 남게 돼 다시는 고향으로 가지 못한다.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하자 마음이 흔들렸다. 당시 탈영하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을 봤던 그로서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평소 강 전 시장을 따랐던 터라 결심을 굳혔다. 밤을 틈타 탈출에 성공한 박 옹은 고향에 다시 돌아왔지만 학교가 문을 열지 않아 군에 입대했다.

박 옹은 진주중 5학년 때 학도병 1기로 자원했다. 위생병이 된 그는 마산여고에서 한 달가량 기본군사훈련을 받고 전방에 배치되기 위해 기차를 탔다. 그가 소속된 부대는 함경북도 청진이 주둔지였다. 대전에서 대기하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해 부산에 자리잡았다. 그는 “당시 창문도 없는 화물칸에 탔는데 기차가 출발하기에 ‘이제 전장으로 가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 ‘방향이 남쪽’이라고 했고 도착해보니 동래역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부산에 도착해 금정국민학교 인근 정미소에 머물렀고, 조금 있다가 부산대 자리에 200개 정도의 천막을 치고 생활하게 됐는데 이것이 제31육군병원의 시작이었다”고 증언했다. 박 옹은 이 병원에서 팔에 총상을 입은 강 전 시장(당시 소위)을 만났다.

박 옹은 “당시 통도사에 환자가 있었는데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군량미를 전달하는 게 내 임무였다. 부산대에서 통도사로 양식을 싣고 가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공비에 의해 습격을 받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당시 환자들이 통도사 용화전 바닥에 누워 요양했다. 용화전 뒷산에서 내려오는 공비가 있어 경비부대가 배치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통도사에는 중환자보다 가벼운 부상을 당한 군인이 많았다. 이들에게 먹일 250명분 가마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옹은 ‘민주신보’ 견습기자로 기자 생활을 시작해 국제신문 동아일보 부산매일 서울신문 등을 거치며 약 40년을 신문사에서 보냈다. 정구를 좋아해 평생 정구를 즐겼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정구를 시작해 고교 대학 일반부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2007년에는 ‘정구와 함께한 인생’이란 수필집도 냈다. 한일친선정구협의회 회장과 부산시정구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5. 5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8. 8‘민주항쟁도’ 이철호 작가, 18년 만의 재회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9. 9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0. 10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6. 6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8. 8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6. 6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부산 초중고에 생성형 AI 보급…사회정서교육 3배로 늘려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5. 5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