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소속 5급 사무관이 지난해 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과 관련 청탁 비리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 18일 본지 기사에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댓글은 주로 숨진 공시생의 안타까움과 공정성 훼손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시교육청 공무원 임용시험이 허술하게 치러지면서 청탁을 받고 면접시험 평정서 부정이 일어난 것으로 의심된다. 그간 시교육청의 면접시험 진행 과정을 취재해보니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곳곳에 있었다. 전형에 관계없이 직렬별로 면접조가 구성됐다. 임용시험은 ▷공개경쟁(일반채용) ▷경력경쟁(기술계고 졸업생 대상) 등 두 가지 전형으로 진행돼 필기시험은 따로 봤다. 두 번째는 면접위원에 내부 인사 포함 및 사전 배정이다. 면접일 1, 2주 전에 확정되는 면접위원 명단에 시교육청 소속 직원이 포함돼 면접위원이 자기 직렬을 바탕으로 응시생의 직렬을 추정할 수 있었다. 구속된 A 씨는 시교육청 기술직 사무관으로, 기술직(일반토목·건축) 면접조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A 씨는 기술직 면접관이라는 점을 알리거나 확인시켜 주고 청탁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임용시험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적 있는 한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다른 지자체나 기관 면접에 가면 소속 면접위원의 말을 따른다. 그 지자체나 기관, 해당 직렬의 특수성이나 전문성을 존중하기 위해서다”고 귀띔했다. 면접 당일 처음 만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지자체와 기관 공무원들이 A 씨의 뜻에 동의해 평정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늦게나마 시교육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올해 임용시험부터 면접위원에 내부 인사 배제 및 당일 조 배정, 면접위원 수 확대 등의 제도개선안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지방임용령 제50조 3항의 우수등급제도다. A 씨가 구속되기 전 시교육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필기시험이 우수하더라도 임용 후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는 사례가 있어 면접을 엄격하게 심사했다고 면접위원이 설명했다”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우수등급제 역시 같은 취지에서 면접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인 응시생을 채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입안자와 옹호자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공무원 임용시험은 수년간 준비하는 이들이 많아 1점 미만의 필기시험점수 차이로 당락의 희비가 갈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필기시험 등수가 뒤바뀔 정도의 제도를 도입하려면 그 과정을 매우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어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상황 대처 능력이나 응용 능력, 의지력 등을 살펴보고 인재를 뽑고 싶다면 그에 맞는 촘촘하고 투명한 면접시험 과정과 지침이 필요하다. 현재 면접시험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시·도교육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상’으로 평정할 때 이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돼 빌미를 제공했다. 우수등급제의 민원과 논란이 많아 사실상 활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조민희 메가시티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