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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어류는 폐사, 주민은 구토…‘죽음의 물’ 된 낙동강

녹조범벅 강 하류 가보니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2-08-04 20:51:35
  •  |   본지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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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물서 잡은 거 누가 먹겠소"

- 강물, 녹색페인트처럼 걸쭉
- 비릿한 썩은 내에 두통까지
- 김해어촌계 어업 활동 중단

# 가뭄·폭염에 수질 역대 최악

- 취수원 물금·매리 쪽 ‘경계’
-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 환경단체 "강 흐르게 해야"

4일 오전 경남 김해 대동면 대동선착장. 초록색 페인트라고 해도 믿을 만큼 걸쭉하고 진한 녹색의 낙동강 위에 고기잡이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녹조가 흙처럼 두껍게 쌓인 탓에 작은 벌레들은 마치 육지를 오가듯 물 위를 자유롭게 기어 다녔다. 강가로 더 가까이 다가가자 비릿한 썩은 내가 코를 찔렀다. 헛구역질이 나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김해어촌계 소속 주민 A 씨에게 “어업 활동이 가능하냐”고 묻자 되레 “이런 물에서 나온 물고기 드시고 싶소”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A 씨는 “폐사하는 물고기가 많아 씨가 마를까 걱정된다. 어망에 걸린 물고기가 있으면 놓아주는 상황”이라며 “배를 타고 나가면 악취 때문에 두통과 구역질이 심해 한두 시간밖에 머물지 못한다. 피부병도 난다”고 한숨 쉬었다.

4일 경남 김해시 대동선착장 앞에서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가 ‘국민 체감 녹조 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의 녹조가 낀 물을 유리잔에 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녹조라떼’라고 부른다. 이원준 기자
강수량이 적고 폭염이 강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낙동강 녹조 현상이 심각하다. 환경단체는 독성물질도 함께 많아지는 만큼 수돗물과 농수산물은 물론 물놀이까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정부와 부산시가 전향적인 해결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대동선착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혹서기 낙동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 기준의 최대 740배였지만 올해는 혹서기가 오기 전에 최대 1075배를 기록했다”며 “낙동강의 상태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녹조 물이 논밭에 공급되고 취수장을 거쳐 정수장으로 들어간다.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기자회견 후 투명 컵으로 강물을 뜨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물 보다는 이끼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는 강물이 컵에 가득 담겼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B 씨도 “이 정도 녹조는 처음 본다. 그대로 논밭에 쓰면 농산물과 토양이 오염되지 않겠나. 수돗물도 찝찝하다”고 말했다.

올해 녹조는 ‘역대급’이라 불린다. 시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부터 취수원인 물금·매리 지점에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경계’는 남조류 세포 수가 ㎖ 당 1만 세포 수 이상 발생 시 발령된다. 지난달 25일 남조류 세포 수는 14만4450/㎖ 다. 남조류에 의해 생성되는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상황도 심각하다. 환경단체가 지난 6월 낙동강 18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최대 8600㎍/ℓ 검출돼 EPA 물놀이 금지 기준의 1075배다.

하지만 시가 측정한 낙동강 원수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이보다 적다. 측정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200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모두 합하는 방식을 채택하지만, 지자체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이 강하거나 비중이 큰 몇 종류를 정밀 측정하는 방식을 쓴다. 환경단체 측정법에 따라 최근 농산물과 대구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지만 환경부는 신뢰도가 낮다고 주장해 양측 간 갈등이 일기도 했다. 단체는 6일까지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변 주요 지점을 조사해 녹조의 위험성을 알리기로 했다.

시는 이날 낙동강 원수가 아닌 수돗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당분간 큰 비가 없고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취수 단계부터 정수 공정 전반을 점검하고 대비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는 “시가 이같이 밝힐 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정부·지자체가 국민 생명을 담보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며 “마이크로시스틴 측정 방법과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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