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호의 무능과 정무직 의존 경향이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으로 폭로되면서 지역사회가 분노에 휩싸였다. 이 사건 첫 증인으로 나선 이병진 행정부시장(당시 기획관리실장)의 ‘작심 발언’과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을 보면 오거돈 전 시장은 시민이 준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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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시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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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취재를 종합하면 오 전 시장은 시장의 권한을 박태수 전 정책특별보좌관에게 통째로 넘기다시피 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8년 7월 18일 자 시장 지시사항 문서에는 ‘시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이라고 이름 붙은 지시가 등장한다. 여기에는 ‘시장 결재 사항은 정책특보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적시됐다. 오 전 시장에게 보고하려면 박 전 특보에게 먼저 보고해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박 전 특보 자신도 ‘왕특보’의 면모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시장의 증언을 들어보면 박 전 특보는 자신의 직무 범위와는 전혀 무관한 직원 징계위원회 결정 사안에 대해서도 “왜 내게 보고하지 않았느냐”며 담당 직원을 심하게 질책했다. 이 부시장은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오 전 시장은 박 전 특보의 검토가 없는 결재 서류는 보고자의 면전에 던져버릴 정도로 전적으로 그를 신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 부시장은 박 전 특보와 신진구 전 대외협력보좌관이 자신들을 ‘건달’로 칭했다고도 진술했다. 이들은 “우리는 건달이다. 늘공(늘 공무원·비선출직 관료)들과 다르다. 우리 건달들은 그런 거(늘공의 의견) 신경 안 쓴다”며 내부 직원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했다. 오 전 시장 취임 이후 정무라인의 전횡이 나날이 심해져 시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부시장은 이들에게 공포심이 들어 두 사람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까지 겁 없이 자행됐다. 오 전 시장과 두 정무직 부하 직원이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한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사직을 요구한 대상은 시 산하 공공기관장에 더해 그 기관의 임원 일부를 포함한다. 기관의 임원은 시장이 아니라 기관장이 임명권을 가지므로 이들에게까지 사직서를 받는 건 안 된다고 했지만, 정무라인은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한다. 실장(이병진 부시장)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며 묵살했다.
시민사회 출신인 박 전 특보는 2004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오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그 뒤에도 박 전 특보는 2005년 오 전 시장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할 때 그의 국장급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는 등 오랜 기간 오 전 시장의 손발 노릇을 해왔다. 오 전 시장은 정계 진출을 위해 시민사회 인사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박 전 특보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는 “부산 시정을 건달들이 주물렀단 거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정계 출신 시민 A(60·부산 강서구) 씨는 “증인의 말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지만 소문으로만 떠돌던 오거돈 시정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것 같다. 건달들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 아니냐. 분노와 안타까움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