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 폭력이 빚은 중대 인권 침해 사건이라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망자는 이미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더 많다는 점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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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들이 정근식 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진실화해위는 24일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진실화해위는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의 인권침해 ▷의료문제 및 사망자 처리 의혹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시도 등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35년 만에 국가기관이 이 사건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2020년 12월 10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한 뒤 지난해 5월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규명은 전체 신청자 544명 중 지난해 2월까지 접수된 19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단속부터 수용, 시설 운영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 명이었다. 특히 1984년에는 한 해에만 입소자가 4355명에 이르렀다.
부랑인 단속과 형제복지원 수용의 근거가 됐던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법률유보·명확성·과잉금지·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 등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훈령은 단속반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을 어떤 형사절차도 밟지 않고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진실화해위는 사망자 통계와 명단 등 14건을 검토한 결과 1975~1988년 형제복지원 사망자가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더 많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혔다. 수용자 응급 이송 중 사망(DOA) 사례나 사망진단서가 조작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가기관이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묵인한 정황도 나왔다. 1982년 강제수용 피해자 가족이 정부와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했지만, 오히려 진정인이 무고죄로 고소를 당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시 경찰 안기부 등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했다”며 “특히 시는 피해자와 가족의 진정과 소송을 회유하고 박인근 원장과 측근들이 다시 형제복지원 법인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피해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국가가 각종 시설의 수용·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국회는 유엔 강제 실종 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하라고 했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이를 강제 수용한 뒤 노역 폭행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