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17m 파도 덮친 상가 쑥대밭… 해안로는 모래·쓰레기 범벅

■ 부산 해안가 피해현장 가보니

월파 마린시티 폭격 맞은듯 처참

민락회타운 정전으로 어류 폐사

테트라포드 인도 쪽 밀려오기도

송도 모텔촌 허리까지 물에 잠겨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2-09-06 18:06:17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가 대비를 가장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박살 나서 너무 참담하다.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상점이 월파 등으로 피해를 입은 모습. 김진룡 기자
6일 오전 8시30분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만난 상인 정상목(37)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 씨는 지난 5일 태풍에 대비했던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통유리로 된 문과 벽에 합판을 붙이고, 쇠기둥으로 고정했다. 앞에는 모래주머니를 사용해 차벽을 만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정 씨의 대비를 비웃듯 가게 전체를 박살냈다. 테이블과 깨진 유리 조각이 가게 내부에 나뒹굴었고, 홀과 주방 사이에 설치된 벽까지 부서졌다. 정 씨는 “언론에서 이곳이 가장 위험하다고 해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이 밖에 정 씨의 가게 인근 서너 곳의 가게도 내부까지 파도가 들이닥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태풍이 지나간 마린시티는 말 그대로 폭격을 맞은 듯했다. 차가 지나다녀야 할 도로 위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차량도 드문드문 보여 을씨년스러웠다. 취재진이 해안도로로 들어서려 하자 경찰은 “아직 바람이 거세다. 낙하물이 떨어질 수 있다”며 통제했다. 실제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람이 아직 거셌다. 힌남노의 여파인지 빌딩풍인지 모를 바람 탓에 성인 남성이 걸어가기 힘들 정도였다.

마린시티 주민은 과거 태풍에 비해 피해가 덜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모(50대) 씨는 “앞서 다른 태풍 때에 비해 덜하지만 해안도로 상인이 걱정이다. 태풍 때마다 피해가 반복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도 태풍의 직격타를 맞았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도로는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와 쓰레기가 점령했다. 강풍에 휘말려 죽은 것으로 보이는 조류 사체도 가끔 눈에 띄었다. 인근 오피스텔과 상가의 저층부 창문은 깨져 나뒹굴었다. 한 오피스텔의 관리인은 “새벽에 파도가 계속 넘어와 도로가 부서지고 유리창도 많이 깨졌다”며 연신 도로 위를 쓸었다.

수영구 민락수변공원과 민락회타운 인근 상점도 밤새 불어닥친 비바람과 월파에 큰 피해를 봤다.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한 테트라포드 일부가 인도까지 튀어나오기도 했고, 공원에 세워져 있던 울타리는 힘없이 구겨졌다. 민락회타운은 새벽 정전으로 수족관의 물 온도를 낮추는 냉각기가 고장 나 물고기가 대량 폐사했다.

수산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고수온 탓에 물고기들이 죽었다. 약 80㎏ 폐사했다”고 한숨 쉬었다. 주모(60) 씨는 “2시간30분 가까이 정전됐다. 정확한 피해는 나중에야 가늠되겠지만 물고기 대부분 죽어버렸다”며 발을 굴렀다. 이날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부산 전역에서 1만1500여 가구가 정전돼 93% 복구됐다.

서구 송도해수욕장 일대도 쑥대밭이 됐다. 이날 오전 11시께 송도해변로에는 해양레포츠에 사용하는 부표를 비롯해 물에 젖은 집기류와 모래 등이 뒤섞여 있었다. 차량은 물론 보행자도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피해는 송도해수욕장 동쪽 해안가와 한진매립지 일대에 집중됐다. 매립지에 건립된 아파트 1층 상가의 통유리는 깨져 있었다. 아파트 앞에 설치된 교통 구조물도 엿가락처럼 휘었다.

침수 피해는 아파트 뒤편에 집중됐다. 모텔촌이 들어선 송도해변로는 바닷물에 잠겼다. 물이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찼다. 이날 한 모텔 투숙객은 차를 옮기려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 안에서 고립돼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권원남 아비숑모텔 사장은 “태풍 때는 항상 침수 피해가 발생, 어제 투숙객을 아예 안 받았다. 새벽 4시쯤 갑자기 물이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다 보니 1층 카운터와 주차장이 모두 물에 잠겼다. 예전보다 올해 침수가 더 많이 됐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의 일부 해안도로에도 바닷물과 모래 등이 들이닥치면서 덱이 부서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기장군 앞바다에서는 강도다리 양식장에서 폐사가 발생해 기장군이 복구와 함께 집계에 나섰다.

부산기상청은 만조 시간대 해수면이 높아진 상태에서 태풍으로 인한 강풍이 불어 해안가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 것이라 분석했다. 부산의 만조시간은 이날 오전 4시31분이었고, 이날 오전 6시20분 가덕도에는 35.4㎧의 최대순간풍속이 불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오륙도에서 측정된 유의파고(1시간 내 높은 파고 순으로 3분의 1까지를 합산해 평균한 값)와 최대파고는 각각 10.8m와 17.2m로 나타났다. 기장에서도 각각 11.9m 16.3m로 집계됐다.

부산대 신현석(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만조 시간대와 태풍의 내습 시간이 겹치면서 해안가에 피해가 집중됐다”며 “해안가 저지대는 월파와 이 바닷물이 빠지지 않는 침수 피해 등이 예측됐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2조대 필요…국비 확보 관건
  2. 2아파트 거래절벽 심화에…수천만 원 포기 ‘마이너스피’ 속출
  3. 3‘센텀 금싸라기’ 신세계 땅, 내년엔 개발방안 나오나
  4. 4산업은행 부산사옥 논의 착수…내년 초 이전기관 지정
  5. 5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6. 6부산 ‘나홀로족’ 고령화…70대 비중 ‘전국 최고’
  7. 7근교산&그너머 <1309> 경남 하동 옥산~천왕봉
  8. 8늘어난 ‘보복 음주’…폭행 피해 구급대원 6년 내 최고
  9. 9리스트가 환생한 듯…임윤찬의 건반, 통영을 홀렸다
  10. 10“10년 연속 우수법관 뽑힌 비결? 판결할 때 짜증 안 내요”
  1. 1세 과시한 친윤…공부모임 ‘국민공감’ 의원 71명 참석
  2. 2비명계 “이재명 100일, 방탄 빼고 뭐 했나”
  3. 3도 넘은 北 '이태원' 흔들기...미사일에 악성코드 보고서까지
  4. 4한 총리, "오늘 철강·석유화학 업무개시명령 발동"
  5. 5민주, 이상민 해임안 처리 예고
  6. 6부산시의회 ‘5분 자유발언’ 인기폭발…생중계 소식에 의원 절반이 신청
  7. 7野 이상민 문책 결정...與 "정치쇼" 비판에도 강행, 파행 불가피
  8. 8대표팀 오늘 귀국...윤 대통령 내일 만찬 때 16강 쾌거 치하
  9. 9한동훈 차출설로 들끓는 여당, 본인은 "장관직에 최선"
  10. 10한 총리 "마스크 해제 내년 1월 말쯤?"...대전 충남 1월1일 공언
  1. 1아파트 거래절벽 심화에…수천만 원 포기 ‘마이너스피’ 속출
  2. 2‘센텀 금싸라기’ 신세계 땅, 내년엔 개발방안 나오나
  3. 3산업은행 부산사옥 논의 착수…내년 초 이전기관 지정
  4. 4부산 ‘나홀로족’ 고령화…70대 비중 ‘전국 최고’
  5. 5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 1년 만에 최저…배럴당 72달러
  6. 6위메이드 위믹스 8일 상폐 3800억원 증발, 투자자 피해 불가피
  7. 7"달걀 한 판 7000원 되면 수입"...AI 확산에 오리고기 달걀 값 ↑
  8. 8아파트 재건축 쉬워진다… 안전진단 점수 45점 이하면 가능
  9. 9주가지수- 2022년 12월 7일
  10. 10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 부산 남구에 감사패 전달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2조대 필요…국비 확보 관건
  2. 2늘어난 ‘보복 음주’…폭행 피해 구급대원 6년 내 최고
  3. 3“10년 연속 우수법관 뽑힌 비결? 판결할 때 짜증 안 내요”
  4. 4실내마스크 의무 이르면 1월 해제
  5. 5첫 겨울 불꽃축제…부산시 안전대책 마련 분주
  6. 6“고향 김해에 내 분신같은 작품 보금자리 찾아 안심”
  7. 7연 365회 넘게 병원쇼핑 2550명…과잉진료 탓에 축나는 건보 곳간
  8. 8맞춤 돌봄으로 양육부담 줄이고, 치매관리로 100세까지 행복하게
  9. 9부산 울산 경남 평년보다 덜 춥다...경남 내륙 일교차는 15도
  10. 10직원 실수로 판매한 ‘10% 이자’ 적금, 취소할 수 있을까?
  1. 1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2. 2거를 경기 없다…8강 10일 킥오프
  3. 3축협 저격? 손흥민 트레이너 폭로 파장
  4. 4프랑스 또 부상 악재…음바페 훈련 불참
  5. 5호날두 대신 나와 3골…다 뚫은 ‘하무스’
  6. 6손흥민 “앞만 보고 달리는 팀 되겠다”
  7. 7[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이강인 재발견 이번 대회 최고 수확”
  8. 8계약기간 이견…벤투, 한국과 4년 동행 마무리
  9. 9세계 최강에 겁없이 맞선 한국…아쉽지만 후회 없이 뛰었다
  10. 10승부차기 3명 실축에…일본, 또다시 8강 문턱서 눈물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지금 법원에선
법원 “최태원, 노소영에 재산분할 665억”
夜한 도시 부산으로
밤 되자 드러난 ‘황금 도시’…비로소 위대한 건축이 보였다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