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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2> 에너지와 알러지 ; 잘 먹고 잘 살려면?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9-19 19:21:1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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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보일러 마케팅 컴퓨터 에너지… 이들 낱말들의 공통점은? 우리말로 번역이 잘 안되는 외래어다. 피아노는 이탈리아어로 여리게 라는 뜻인데 건반악기 일종인 피아노로 굳어졌다. 보일러는 물을 가열해 증기나 온수를 보급하는 장치인데 번역이 곤란하다. 마케팅을 시장기획, 컴퓨터를 연산장치라 번역할 수 있겠지만 어색하다. 에너지는 기(氣)도 아니고 힘(力)도 아니다. 에너지는 그냥 에너지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에네르기, 즉 에너지(energy)는 ‘안에’ 엔(en)과 ‘일’ 에르곤(ergon)의 합성어로 안에 담긴 일이다. 몸을 힘들게 쓰는 노동 일과 다르게 물리학에서 일은 물체에 가한 힘의 크기와 힘에 의해 움직인 거리를 곱한 값이다. 움직이도록 일할 힘(power, force)이 안에 담겨 있으니 에너지다. 휘발유가 떨어져 자동차가 못 움직일 때 보험회사에 연락하면 비상용 휘발유가 배달된다. 2ℓ가량의 액체 안에 인근 주유소로 움직이도록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

인에 있는 일 에너지와 달리 쓰는 일 알러지.
그 에너지는 어디서 왔나? 화석연료인 휘발유는 수억 년 전 태양 에너지를 머금은 생명체들이 땅에 묻혀 퇴적된 것이라니 태양에서 왔겠다. 수력 에너지도 햇볕을 받은 물이 증발해 올라가 내려지는 비로 인한 것이니 태양에서 왔다. 그렇다고 에너지들이 죄다 태양에서 온 건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온 전기라면 태양 생성 전 초기 우주에 우라늄과 같은 불안정한 원소가 생길 때 원자핵을 묶었던 엄청난 에너지가 풀려서 왔다. 지구 깊숙한 곳의 열을 이용하는 지열 발전이나 달의 인력에 의한 조수간만 차이를 이용하는 조력 발전도 태양 에너지와 거리가 멀다. 바람은 태양열에 의한 기온 및 기압 차이에 따른 공기의 흐름이니 풍력 발전은 태양에서 왔겠다. 이처럼 물리적 에너지는 태양 에너지와 비태양 에너지로 나뉜다.

하지만 생명체 에너지는 태양 에너지다. 물론 초기 생명체인 고균(古菌)이 깊은 바닷속 뜨거운 물이 솟는 해저 구멍에서 처음 생겼다면 지열 에너지로부터 왔겠다. 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 에너지를 먹고 산다.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받아 이산화탄소와 물을 합성해 화학 에너지인 포도당을 만든다. 이에 따라 뿌리 줄기 가지가 뻗고 꽃이 피며 열매가 맺는다. 동물이 이를 먹고 포도당을 합성할 때 쓰였던 태양 에너지를 꺼내 생명 에너지를 낸다. 그 생명 에너지가 온전치 않게 달리 일하도록 쓰인다면? 다른(allos) 일(ergon)의 합성어인 알레르기, 즉 알러지(allergy)다. 알러지도 우리말로 번역이 어렵다. 풀어 번역하자면 면역과민반응이다. 면역력이 정상작동하지 않고 정도를 넘어 과하게 일하도록 쓰인다면? 이상반응들이 나타난다. 정상(topos)이 아닌(a) 아토피(atopy) 증상도 알러지 반응이다. 면역과민 이상반응 정도가 심해지면 면역력이 외부에서 들어온 적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자기 집안을 공격하니 자가(自家) 면역질환이다. 원인(原因)은 몰라도 원리(原理)는 알겠다. 몸속 생명 에너지의 흐름, 즉 기혈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리면 알러지가 나타난다. 화석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 등 외부 에너지에만 관심 갖기보다 내 몸속 생명 에너지가 알러지가 되지 않도록 적당히 살자. 그래야 진정 잘 먹고 잘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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