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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실패로…학폭 상처로…방문 잠근 청년 ‘공적지원’ 절실

부산 은둔청년 2만 명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2-09-20 19:50:1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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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태조사선 직장·대인관계 문제
- 심층면접선 코로나19 탓 실직
- 유년시절 겪은 폭력 등 드러나

- 정부 등 외부지원 경험 7.6%뿐
- 공동생활 훈련 통한 재활 비롯
- ‘네트워크 구축’ 통합지원 필요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는 나날이 계속됐다. 화면에 찍힌 코인 숫자가 돈처럼 느껴지지 않아 3000만 원을 잃었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
20일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포럼’에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토론자는 왼쪽부터 손지현 장신대 교수, 이소연 부산진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센터장,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주홍 부산복지개발원 책임연구위원.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부산복지개발원은 실태조사 결과에 이어 부산 은둔 청년 심층면접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서는 직장과 대인관계 어려움이 대표적인 은둔 원인으로 꼽혔다면, 심층면접에서는 코로나19 실직과 유년시절 겪은 가정·학교·성폭력 피해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지난해 5월 정리해고를 당한 김민수(가명·30대) 씨는 지난 1년간 은둔 상태에 빠졌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루에 1200만 원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씨는 결국 2년 동안 모은 3000만 원을 잃었다. 종일 방에서 모니터만 보며 은둔한 김 씨는 “부산에서 일해 돈을 모아 집을 사고 결혼할 생각을 하니 갑갑해 투자를 시작했다. 꿈에서 내가 넣은 투자금이 80% 손실이 나는 꿈을 꾸다 깨기도 했다”며 “다 날렸을 때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워 술만 마셨다”고 말했다.

6년째 은둔 중인 정지민(34) 씨는 유년 시절 아버지에게서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다. 이후 성인이 됐을 때는 믿었던 연인과 친구에게 배신당하며 모아둔 돈을 모두 날렸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수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정 씨는 “거부 공포가 있어 취업에 어려움을 느낀다. 외출 시간이 길어지면 토하거나 호흡이 빨라진다”고 토로했다.

은둔을 시작한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청년 대부분은 심각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은둔 청년을 위한 공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실태조사를 보면 당사자 가운데 정부 지원 등 외부의 공적 지원을 경험한 사람은 7.6%에 그쳤다.

전문가는 은둔 청년을 위한 심리적 지원과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공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는 위기 청년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자립과 회복을 돕는 민간단체다. 센터를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당사자를 위해 온라인으로 상담하고 생활습관 회복 등 공동생활 훈련을 지원한다. 김옥란 센터장은 “회복돼야 사회로 나가는 힘이 생긴다. 집 밖을 나가도 언제든 다시 은둔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개소한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백희정 사무국장도 “은둔 청년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역 사회의 통합 지원이 필요하다. 은둔은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출발하기 때문에 단기 성과 위주의 접근은 곤란하다”며 “심리 상담에서 그치는 게 아닌, 소규모 관계 형성 프로그램을 연계해 단계적으로 사회로 다가갈 수 있는 중장기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다음 달부터 건강을 점검하고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는 생활 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아 부연구위원은 “은둔은 강제된 선택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태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다”며 “공적 지원 체계가 부족한 상태에서 부산과 광주에서 좋은 사례가 만들어진다면 전국의 은둔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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