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년간 검정고시 합격 864명 배출
- 재정난·교사 부족으로 위기 봉착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에게 배움의 등불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어느덧 평생 직업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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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창 진주향토시민학교장이 개설 중인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경남 진주시 성북동 봉곡초등학교 인근 진주약초 3층에 있는 진주향토시민학교는 학교라고 부르기에는 작은 규모의 교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은 1986년 개교 이래 만학도 등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의 배움터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심에 이 학교 김민창(54) 교장이 있다. 그는 교장이자 이 학교의 유일한 교사로 모든 과목을 혼자서 가르친다. 학교 재정도 그의 몫이다. 그는 26년째 야학 교사로서의 삶을 이어가며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0일 만난 김 교장은 “진주를 비롯해 사천 하동 산청 등 서부경남의 각 지역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찾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의 만학도가 많은데 한글반을 비롯해 초등반, 중학반 고등반 검정고시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와의 인연은 대학 1학년 때 만난 야학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야학은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여느 대학생처럼 전공을 살리고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우선 목표였다. 그런 그에게 경상국립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1996년 야학과의 두 번째 인연이 찾아왔다.
한창 취업 준비로 바쁜 그에게 ‘야학 교사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잠시 교사 일을 맡아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이 들어왔다. 취업 준비에 몰두해야 하는 터라 망설였지만 거듭된 지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잠시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수락한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는 “26년 전 그때 처음 야학에서 만난 학생들의 간절하고 열정 어린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며 “배운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얼마나 간절한 기다림인지, 얼마나 배우고 싶어 하는지를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학교를 거쳐 간 이들은 1250여 명에 달한다. 검정고시 합격자 864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올해도 상반기 11명, 하반기 3명 등 14명의 검정고시 합격자가 나왔다.
김 교장은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학생들에게는 대학 입학을 권유해 지금까지 145명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했다.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11월 대교문화재단으로부터 ‘눈높이 교육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제42회 경남교육상’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김 교장은 “야학은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자원봉사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운영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힘에 부쳐 학교 일을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할 정도”라며 지역사회의 관심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