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꾸준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투신대교’ 오명을 쓴 구포대교 자살 예방 시설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에만 벌써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3명이 숨졌다. 경찰이 난간 높이 상향과 CCTV 확대를 3년째 요청하지만 예산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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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구포대교 난간 모습.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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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와 강서구를 잇는 구포대교의 자살예방 시설이 부족하고 관리가 허술한 상황이다. 가보니 약 110㎝ 높이의 난간은 키 160㎝ 성인 여성의 옆구리에 오는 정도로 낮아 허리만 살짝 구부리면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 수 있었다. 시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지난해 1월 다리 위에 설치한 ‘SOS 생명지킴전화’ 4대 중 1대도 직접 버튼을 눌러보니 고장 나 센터로 연결이 안 되는 상태였다. 다리 난간에 붙여진 자살예방 스티커는 빛바랜 채 쉽게 뜯어질 듯했다.
구포대교는 ‘투신대교’로 악명이 높을 정도로 매년 사고가 빈번이 발생하는 곳이다. 난간 높이가 낮고 걸어 10분 거리에 도시철도 구포역이 있어 접근하기 편리하다. 4일 박대근 시의회 의원의 시정질의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낙동강 주요 5개 다리에서 발생한 전체 투신사고 130건 가운데 59%(77건)가 구포대교에서 발생했다. 구포대교에서 5년 동안 20명이 뛰어내렸고 9명이 숨졌다. 교량 위에서 구조된 이들이 57명이다. 올해에는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3명이 숨졌다. 11명이 교량 위에서 구조됐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2019년부터 예방 시설 확충을 요구했지만 예산 문제로 번번히 가로막혔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 창원 마창대교 투신방지 회전 난간 현장에 다녀와(국제신문 지난해 3월 24일 보도) 구와 시에 시설 확충을 요구했지만 결국 설치를 못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최소 20억 원 이상 드는 설치 비용 부담과 1993년 개통해 29년째인 구포대교가 회전 난간 무게를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인 난간 높이를 높이는 방법도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북구 경관심의위원회가 다리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북부경찰서는 누군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CCTV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재해재난예방 목적의 CCTV 카메라 한 대만 있다. 경찰은 이마저도 오래된 기종이라 화질이 선명하지 못해 가시거리가 짧다고 밝혔다. 생활안전과 박용오 경사는 “구포대교에 자살 예방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늘 추진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CCTV를 늘리면 극단적 선택을 망설이는 분을 빨리 발견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자살 예방 시설 비용도 구는 재정 부담된다고 하고 시는 구에서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고 서로 떠넘기다 시간을 끌었다”며 “재정 여력이 없는 구에서 전체 비용을 다 부담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시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 관계자는 “올해 잔여 예산으로 CCTV 한두 대를 우선 설치하려고 계획 중이지만 쉽지 않다. 시와 협의해 자살 예방시설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취재가 시작되자 고장난 전화기를 고쳤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