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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더위·식수 오염…일상 위협하는 기후변화 느껴져요

기후위기는 아동권리 위기 <1> 기후에 관한 어린이들의 인식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2-10-06 19:11:42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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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와 부쩍 거세진 태풍
- 등교 못하게 하는 날씨·질병
- 다 기후위기 탓 아닌가요?

- 생명수인 강물은 더러워지고
- 숨쉬는 공기는 미세먼지 가득
- 태어나서 한 번도 못 본 동물들
- 멸종돼서 이제 볼 수도 없대요

-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 88%는
- 5세 이하 어린이에게 생긴대요
- 우리의 환경권·건강권·생존권
- 어른이 만든 재앙이 앗아가네요

- 어른 아닌 우리가 살아갈 세상
- 어린이 중심 ‘기후 새판’ 짜야죠

“태풍 때문에 학교를 못 가고 온라인 수업을 한 게 두 번이나 돼요. 힌남노 때는 원격 수업 중 갑자기 정전이 일어나기도 했거든요. 원격은 가뜩이나 수업에 집중하기도 어려운데 아침 시간에 동시 접속을 하다 보니 온라인 연결도 잘 안돼서 하마터면 학교 아이들 전부가 (출석부에) ‘그어질 뻔’ 했어요.”

부산 금사중학교 A양은 근래 들어 부쩍 강해진 태풍 때문에 수업을 듣지 못할 상황에 자주 처했다. 강한 태풍이 불어오는 날엔 등교 수업 대신 온라인 원격 수업이 진행되는데, 예기치 못한 통신 장애가 일어나 접속조차 쉽지 않았다. A양은 앞으로 이처럼 학습권을 침해당하는 날들이 점차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다. 그는 “집 마당에 심은 나무가 강풍에 부러지기도 했다. 기후위기 때문에 태풍이 점점 세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의 강도는 바다 수면의 온도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수온 상승의 주범이 바로 기후위기인 만큼, A양의 말은 느낌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당장의 일상을 방해한다. 때로는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한다. 최대 피해자는 아동·청소년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생활 방식대로라면 기후위기는 해가 갈수록 심해질 게 분명하다. 살기 나빠진 훗날의 지구에서 아동·청소년은 지금의 어른들이 누리는 ‘보통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기후위기가 지금 당장의 권리는 물론, 미래에 누려야 할 생활 각 방면의 권리까지 위협하는 셈이다.

■“기후위기가 우리 권리를 침해해요”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금비 양이 자신이 그린 기후일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기후 위기로 어린이들이 각종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제공
아동·청소년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가 지난해 11월 부산에 거주하는 초·중학교 학생 614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기후위기와 생활환경 인식 조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의 88.3%는 기후위기가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여겼다. 심각성을 느낀 계기로는 ‘남·북극 이상고온 및 빙하 붕괴’가 24.8%로 가장 많았다. ‘폭염·한파’(22.5%), ‘코로나19’(14.7%)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의 아동·청소년은 기후위기가 생활 곳곳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낀다. 응답 학생의 79.3%는 ‘기후위기가 일상에 (매우)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이미 나타났다’(50.8%)고 보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5년 이내(24.3%), 10년 이내(16.9%)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거라고 답한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세 응답을 합하면, 10대 학생의 92%가 자신들이 20대를 넘기기 전에 지구가 기후위기의 여파를 드러낼 거라고 우려한 셈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부산에 가져온 환경 문제 중에선 ‘미세먼지 등 공기 상태’(30.5%), ‘강·하천·바다 등 물의 상태’(25.8%), ‘해수면 상승’(16.1%) 등이 심각하다고 봤다.

기후위기는 결국 아동·청소년이 평온한 일상을 보낼 권리까지 침해한다. 응답자의 63.1%는 기후위기가 자신의 권리를 다소간 침해한다고 말했다. 환경권(34.1%) 건강권(23.2%) 생존권(22.4%) 등이 주된 침해 권리로 꼽혔다. 기후위기를 유발한 책임자로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윤만 추구한 기업’(28.8%), ‘기후와 환경 이슈에 무관심한 어른 등 개인’(28.2%), ‘산업화로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해온 선진국’(26.7%)이 두루 언급됐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인식이 분명했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먼 미래의 일이라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질문에 85%의 응답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회적 권리 넘어 개인 건강도 위협

기후변화는 아동·청소년의 사회적 권리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권에도 위기를 가져온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는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 위기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에서 기후변화가 아동의 일상생활에 활동 제약, 심리적 문제, 대인관계 어려움 등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몸이 건강한데도 미세먼지나 고온 등 기후변화 탓에 자유롭게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해 집에 머물러야만 하는 상황 등이 정서적 측면에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자연히 또래 친구와 같은 주변인과의 관계 형성까지 저해된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아동·청소년은 기후위기가 가져온 신체적 위협에도 직면해야 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의 88%는 5세 미만 어린이에게서 발생한다. 또 주거빈곤 아동의 경우 75%가 늘어난 장마나 폭염, 열대야로 질병을 겪는다. 폭염이나 한파가 닥쳐도 적절한 냉·난방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주거지에 사는 에너지빈곤가정 또한 127만 세대에 이른다.

물·식량의 질적 악화, 환경 오염이 낳은 감염병 창궐 등으로 인한 신체건강의 악화는 이미 전 세계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유니세프 환경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어린이 22억 명 중 약 10억 명은 어린이들이 ‘극도로 높은 위험’에 처했다. 위원회는 홍수 위험에 노출된 어린이가 5억7000만 명, 물 부족 위기에 놓인 어린이는 9억2000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대기오염 피해에 노출된 어린이도 10억 명에 이른다.

기후위기의 최대 당사자인 아동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연 부산아동옹호센터장은 “기후위기는 특히 아동의 삶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제 기후위기는 인권의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아동 역시 환경권을 가진 존재임을 아동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이 인식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후위기 속 아동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아동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 기후위기가 나에게 주는 느낌

★사형집행일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노력만 한다면 빠져나올 수 있는 감옥.

★우리의 생명줄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하고 싶은 것이나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데, 몇십 년 뒤에는 해운대가 침몰된다는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계속 들으니 무섭다.

★적어도 2050년에는 우리나라가 물에 잠긴다는데 그때는 내가 48살이다.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기후위기 때문에 나는 48살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이다.


◇ 기후위기로 인해 현재 가장 힘든 점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한파 때문에 너무 덥고 춥다.

★장마가 길어지고 가을이 사라졌다.

★기후위기로 인해 멸종된 동물들을 못 본다.

★재난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겨주는 것이 힘들다.

★체육활동 시간표가 바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가 수행한 ‘기후위기와 생활환경 인식조사’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부산 아동·청소년이 대답한 주관적 인상


※후원=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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