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Z 2차 접종 후 돌아가신 모친
- 질병청 "인과성 인정 어렵다"
- 심의 잣대로 유족 아픔 난도질
- 文 전 대통령,사저앞 집회 폄훼
- 윤석열 대통령·질병관리청장도
- ‘부작용 국가책임제’ 약속 외면
- 제주지사, 단체장 첫 위로·사과
- 정부에 특별법 제정 등 요구나서
- 박형준 부산시장 동참할지 주목
“국가가 엄마를 죽여놓고,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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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시 상복공원 봉안당에서 이준규 씨가 코로나 백신 접종 뒤 나흘 만에 숨진 어머니의 유골함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민훈 기자 |
경남 창원시 상복공원 봉안당. 이준규(44) 씨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골함을 매만지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엄마, 내가 (백신을 못 맞게) 말렸어야 했는데 미안해”라고 울먹이며 1년 전을 회상했다.
어머니 명영숙(68) 씨는 지난해 8월 19일 아스트라제네카(AZ) 2차 접종을 한 뒤 나흘 만에 숨졌다. 명 씨는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고3 수험생인 손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백신을 맞았다. 정부의 약속을 믿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중이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상 범위를 넘어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충분히 보상한다는 점을 믿고 안심하고 백신 접종에 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심의 기준이란 잣대로 이 씨의 마음을 난도질했다. 4-2(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고 적힌 심의 결과 안내문 1장을 지급한 게 전부였다. 주치의는 백신 부작용 가능성을 소견서에 작성했지만, 질병관리청은 기저 질환(당뇨)에 의한 이상반응으로 판단했다. 이 씨는 “어머니가 백신을 맞기 20일 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혈당이 172로 문제가 될 수준이 아니다. 간·신장·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이었다.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심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원통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서울 부산 양산 등 전국을 수십 차례 오갔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은 금세 사라지고, 오히려 정부를 향한 분노만 쌓여갔다. 누구 하나 사과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 정권의 문재인 대통령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임기가 끝날 때 까지 입을 굳게 닫았다. 문 전 대통령은 양산 평산마을 사저 인근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코백회를 향해 ‘반(反)지성’이라 칭했다.
현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종합공약 1호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국가 책임제’를 발표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서야 처음으로 사과했다.
이 씨는 10일 “정부의 백신 정책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임자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면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람이 많다. 정확한 사인을 반드시 밝혀 억울함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전국 자치단체장 가운데서 처음으로 백신 피해자를 추모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오 지사는 지난 8월 25일 관음사와 양지공원을 찾아 사망자 3명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동참할지 주목된다.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부산지부는 지난달 시에 ▷피해자·유가족을 향한 시의 사과 ▷특별법 제정 동참 ▷백신 이상 반응 전담 센터 설치 ▷치료비 선지원 등이 담긴 서한문을 전달했다. 시 조봉수 시민건강국장은 “박 시장에게 서한문을 전달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해외 출장을 마치고 최근에 돌아와 아직 의견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