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 일단락됐던 부산대학교 장애인 예술 특수학교 공사가 이번에는 행정 절차 탓에 착공이 미뤄지게 됐다. 부산 금정구가 다른 건축물 준공 처리를 선행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학교 완공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 예비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대학교 입구 전경. 국제신문DB

부산대는 “2023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었던 장애인 예술 특수학교 공사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12일 밝혔다. 특수학교는 지난 1월 부산시의회가 캠퍼스 내 금샘로 미개통 구간 연결 협의를 조건으로 설립하자는 의견을 내며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부산시가 “금샘로와 특수학교는 별개”라는 부산대 손을 들어줘 일단락됐다. 이후 시는 특수학교 예정부지를 건축용지로 변경하는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했다.

부산대는 지난 4월 다음 단계인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 인가를 금정구에 신청했다. 부산대는 금샘로 미개통 구간을 기준으로 아래쪽 1구역은 2017년부터, 위쪽 2구역은 지난해 12월까지 실시계획 인가가 만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구는 새로운 실시계획을 인가하지 않고 보완을 요청했다. 1구역 내 주차타워 첨단과학관 등 미준공 건축물에 대해 준공 처리를 하지 않으면 실시계획 인가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대는 금정구의 갑작스러운 ‘원칙론’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지은 시설물은 준공 처리를 해서 행정 절차를 끝마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통상 대학 용지 내에는 여러 건축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때가 많아 관행적으로 준공 처리 대신 실시계획 변경 신청을 하면 기간을 연장한다.

예산도 문제다. 실시 계획인가를 받으려면 준공 처리를 위해 지적확정 측량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예산이 약 5억 원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캠퍼스 전체가 사업장이고 건물이 많아 공사를 끝내는 특정 시점이 있지 않는다. 특수학교를 착공하려면 다른 건물을 형식상 준공 절차 밟아야 해 당황스럽다”며 “갑작스럽게 5억 원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구의 요구로 2023년 상반기 예정이던 특수학교 착공 시기는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원래 계획은 상반기 착공해 2025년 준공, 2026년 3월 정식 개교할 예정이었으나 최소 1년 이상 늦어질 것이 유력하다. 2023년 준공을 처리하고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뒤 특수학교 용지의 실시계획 변경을 해야 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장애인 학부모는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장애인부모회 도우경 회장은 “삽도 못 뜨게 된 지금 상황이 속상하다. 시의회가 금샘로 얘기를 꺼냈을 때는 우리가 협상을 위한 카드인가 싶어 화가 났다”며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행정 절차가 발목을 잡는다. 원칙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착공을 앞두고 원칙을 따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정구 관계자는 “행정 절차상 불가피한 부분이다. 부산대 등과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절차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