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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없이 한국 간 오빠 전사…엄마도 그 충격에 돌아가셔”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6> 캐나다군 故케네스 웰링턴 노턴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2-10-17 20:02:46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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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 휴가 가족과 보낸 뒤 귀대
- 파병 목적지 안 알린 채 참전
- 얼마 뒤 부고 소식 날아들어
- 상실감으로 가족 삶 산산조각

- 그의 여동생 밀리 팀버스 씨
- “오빠 편지 유엔공원 전시 감동
- 마지막인 줄 몰라 못했던 인사
- 제대로 작별 고할 기회 줘 감사”

밀리 팀버스 씨의 오빠 고 케네스 웰링턴 노턴 씨가 캐나다 군대에 입대해 훈련을 받는 모습. 밀리 팀버스 씨 제공
“군에 입대한 케네스 오빠가 한국전쟁 참전을 앞두고 휴가를 받아 집으로 돌아온 그날을 아직 절대 잊지 못해요. 그땐 오빠가 한국으로 가는지도 몰라 제대로 작별 인사조차 못 했어요. 오빠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는데, 그걸 몰랐던 내가 아직도 원망스러워 용서할 수 없어요.”

밀리 팀버스(여·87) 씨는 한국전쟁에 캐나다군으로 참전해 전사한 자신의 오빠 고 케네스 웰링턴 노턴 씨와의 마지막 만남을 취재진에게 전했다. 팀버스 씨는 1951년 9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작은 마을 글렌 윌리엄스의 한 골목에서 쌍둥이 자매 릴리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그때 한 군인이 멀리서 다가왔다. 그 군인은 다름 아닌 케네스 오빠였다. 그는 릴리언과 함께 오빠의 더플백을 대신 들었고 함께 집으로 가 2주 정도의 휴가를 보냈다.

“그때 오빠인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오빠가 당시 여러 종류의 백신을 팔에 접종해 더플백을 우리가 대신 들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오빠가 집에 돌아와 기뻤지만, 오빠가 군대로 복귀할 때 작별 인사를 차마 하지 못했다. 오빠가 한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지도 몰랐다.”

■오빠의 갑작스러운 파병

밀리 팀버스(맨 왼쪽) 씨가 오빠(가운데)와 쌍둥이 자매인 릴리언과 함께 찍은 사진.
그가 기억하는 오빠는 조용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1929년 10월 태어난 오빠는 일곱 남매 중 넷째였다. 오빠는 부모와 6명의 형제자매를 사랑했다. 특히 동생인 찰스와 수영, 기타 연주, 노래 부르기 등을 함께 즐겼다. 또 쌍둥이 자매 동생과 수영하면서 놀 때는 물속에 오랫동안 잠수해 놀라게 하는 것도 좋아했다. “오빠는 스케이트 타기와 사냥도 좋아했다. 10대 때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으면 존중할 줄 알았고 진중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오빠는 군에 입대하기 전 온타리오주 와사가 해변의 한 승마학교에서 일도 했고, 이후 제조 공장에 고용돼 페인트칠도 했다. 1951년 2월 입대했고 사격술로 인정받았고, 공수부대 낙하산병이 되기 위해 특수 훈련을 받기도 했다. “오빠가 훈련을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항상 집과 가족을 그리워했다. 우리 모두도 오빠를 매우 그리워했다. 아직도 그때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 전 2주 정도의 휴가를 집에서 보낸 뒤 군으로 복귀한 오빠는 갑자기 해외 파병 소식을 전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전화기가 없어 아빠가 할머니 댁으로 전화를 받으러 갔다. 그때 오빠가 가족에게 해외로 파병 간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 모두 그의 안전을 걱정했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공허해진 가족의 삶

1951년 11월 7일 밀리 팀버스 씨 가족에게 도착한 오빠의 부고 소식이 담긴 전보.
오빠는 1951년 10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11월 5일 전투 현장에서 전사했다. 이틀 뒤 오빠의 부고가 집에 도착했다. “나와 릴리언이 함께 점심을 먹으러 막 집에 왔는데 누가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다음 들은 소리는 엄마가 울먹이는 소리였다. 우리는 급하게 현관문으로 뛰어가 아빠에게 엄마가 왜 우는지 물어봤다. 지역 교회 목사와 역장이 전보를 들고 서 있었고, 아빠는 오빠가 전사했음을 알렸다.”

이후 가족의 삶은 산산조각이 났다. 오빠가 없는 가족의 삶은 공허했고 예전 같지 않았다. “매일 출근하는 아빠는 일터에서 고통을 잠시 외면하기도 했지만, 엄마는 집에서 혼자 있었고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상실감에 슬퍼하면서 애써 우리 남매를 위해 대담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결국 1954년 9월 돌아가셨는데, 우리 남매는 항상 엄마가 오빠를 잃은 상실감에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 엄마의 나이는 겨우 50살이었다. 아빠도 54번째 생일을 막 맞이 했는데 아들에 이어 아내까지 잃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

■묘지에서 비로소 안도

2019년 11월 11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투워드부산 행사에서 캐나다군 고 케네스 웰링턴 노턴 씨의 묘지에 한국 정부의 평화 훈장이 수여되는 모습.
팀버스 씨는 오빠가 전사한 지 57년 뒤인 2008년 11월 5일 한국을 방문했다. 전사자의 유족으로 11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턴투워드부산’ 행사에 초대됐다. 턴투워드부산은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정부 기념행사로 한국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22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한국 시각에 맞춰 동시에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다. 그는 이렇게 오빠의 마지막 안식처를 방문했다.

“오빠가 우리 가족에게 보냈던 편지와 엽서 사본을 미리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에 보냈는데, 도착해보니 기념관에 전시돼 있어 감동했다. 유엔기념공원 측이 오빠에 관한 기억을 정리하고 전시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오빠와의 작별을 고할 기회를 줘 정말 감사하기도 했다. 수십 년 동안 오빠가 곧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면서 괴로워했는데 막상 오빠의 묘지에서 비로소 안도했다.”

그는 2019년 다시 한번 한국으로 초대받았는데,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준 평화 훈장이 캐나다 대사의 오찬 자리에서 수여되기도 했다. 2021년 12월에는 오빠가 다녔던 캐나다의 한 교회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 교회는 ‘데이브 머지 메모리얼 기금’으로부터 제세동기를 기증받기로 돼 있는데, 교구 의회는 만장일치로 이 영예를 받기 위해 오빠의 이름을 선택했다. 이 기금은 희생된 경찰관 소방관 구급대원 군인 등을 기리는 단체다. “교회 측은 ‘생명을 구하는 기계인 제세동기에서 오빠의 소중한 기억을 찾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함께 전했다. 이 일이 매우 자랑스러웠고 영광스러웠다.”

그는 “그동안 여러 일을 겪으며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말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참전용사가 오빠가 전사한 날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오빠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오빠가 의무를 다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동안 그의 삶이 어땠을지 조금 더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엔기념공원 측으로부터 증손녀에게 줄 한복을 받아 선물했는데, 내 딸도 한복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고 손녀에게 가르쳐 내 오빠를 추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과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협조를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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