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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엔데믹 해방감’ 수만 인파 예고됐는데…통제 손놓고 있었다

사망자 왜 많았나

  • 최혁규 narrative@kookje.co.kr, 정지윤 기자
  •  |   입력 : 2022-10-30 20:48:34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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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부터 골목 사람들로 북적
- SNS 등서 이미 ‘예견된 위험’
- 사고 발생지점 특히 좁고 붐벼
- 참사 발생후 의료진 접근 불가
- “요원 사전배치, 위험 막았어야”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두고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25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몰려드는 인파를 대비해 통제 요원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았던 것이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밤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부근 좁은 골목길에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 있다. 이날 이곳에서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30일 취재를 종합하면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태원 곳곳에서 사고 징후가 보였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뒷골목 일대는 보행로 폭이 4m 안팎으로 5명만 지나가도 거리가 꽉 차는 곳으로 안전사고 가능성이 사전에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 28일부터 이태원 골목 곳곳엔 이미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파에 떠밀려 가는 모습이 SNS 등을 통해 올라왔다. 그러다 핼러윈 파티가 절정을 맞이한 지난 29일 밤에는 사고가 난 골목뿐만 아니라 그 일대가 한 걸음을 내딛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오후 참사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지난 28, 29일 이태원을 찾은 오태석(51) 씨는 28일 밤 인파에 휩쓸려 쓰러질 뻔했다. 오 씨는 “순간적으로 인파가 집중돼 좁은 내리막길을 밀면서 내려와 20대 여성들이 뒤로 넘어가려는 걸 친구들과 함께 ‘어어 조심해요’ 하면서 순간적으로 잡아주기도 했다. 29일 참사는 비슷한 일이 반복됐던 28일에도 예견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고 직후 한 20대 남성이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며 말을 걸었다. 골목에서 순간적으로 여자친구 손을 놓쳤다며 울면서 자책했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이태원을 찾은 꽃다운 젊은이들에게 가혹한 일이 벌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동의대 류상일(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사고 전부터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 연출돼 사고 가능성이 컸다.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는 걸 통제해야 하는데 사고 발생 때는 너무 많은 인원이 갑자기 쏟아져 압사로 인해 사망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가능성이 컸음에도 지자체는 사전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 특히 이태원이 있는 용산구는 주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컸는데도 별다른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또 구 소속의 일부 직원이 현장에 나왔지만, 인력이 부족해 관리하기엔 역부족이었고 행사가 집중된 세계음식거리 일대엔 별다른 통행 관리도 없었다.

수많은 인파가 집중돼 의료진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환경도 피해를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우석대 공하성(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심정지 발생 후 4~6분이 골든타임이다. 압사사고 때문에 심정지가 발생하더라도 그 시간 내 CPR을 실시했더라면 살릴 수 있었다”며 “소방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만 해도 5분이 넘었는데 좁은 골목에 인파가 집중돼 현장 진입에도 시간이 허비돼 골든타임을 넘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선 사전대비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압사사고 현장에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이성적 판단이 마비돼 소방인력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때가 많다. 구조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 예방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사나 축제 때는 안전·통제요원을 배치해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몰리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축제나 행사가 많은 부산에서도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상대 김만규(소방행정안전관리과) 교수는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 광안리 해변에 가기 위해선 좁은 골목길을 지나쳐야 한다. 그런데 매번 축제가 열리지만, 안전요원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아 부산서도 충분히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 안전이 중요하다고 외치기보다 사전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축제·행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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