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나 같은 피해자 위해 써달라” 부마항쟁 보상금 선뜻 기부

14살 때 시위대 옆에 있다 체포, 온갖 고문·학대당한 김효영 씨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2-11-03 20:00:46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019년에 ‘항쟁관련자’로 인정
- 올해 상해·트라우마 보상금 받아
- 재단 “관련자 상처 치유에 쓸 것”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때 시위대를 따라다녔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구금돼 43일간 폭력과 고문에 시달린 김효영(57) 씨가 피해보상금을 기증했다. 그의 나이 만 14세 때 겪은 피해로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그는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부마항쟁으로 구금을 당한 피해자 가운데 최연소자다.
부마항쟁 피해자인 김효영 씨가 3일 보상금을 기부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사무실에서 김 씨의 보상금 기증식을 열었다. 이날 김 씨는 항쟁 피해보상금 일부를 재단에 전달했다. 2019년 항쟁 관련자로 인정된 김 씨는 올해 상해·트라우마 피해 보상금을 받았다. 그는 자신과 같이 피해를 당한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재단에 보상금을 기증했다. 김 씨는 “기부금이 저를 비롯한 다른 피해자를 찾는 데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1979년 당시 부산 신선중학교 3학년이던 김 씨는 만 14세였다. 방학 기간 친구 2명과 집을 나와 마산(현 경남 창원시) 중성동의 중국집에서 배달부로 일했다. 그 해 10월 18일 그는 우연히 항쟁 시위대를 목격하게 됐다. 신기한 마음에 시위대에 합류한 그는 경찰의 몽둥이질에 머리가 깨졌다. 김 씨가 또래보다 덩치가 커 그를 시위대로 오해한 것.

골수가 보일 정도로 크게 다친 상태로 연행된 그에게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고문과 학대가 기다렸다. 경찰은 그에게 파출소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는 누명을 덮어 씌웠다. 무자비한 폭력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내려 했다. ‘그런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항변하면 ‘거짓말을 한다’며 수갑을 채워 거꾸로 매단 채 고춧가루 탄 물을 코에 들이붓는 일명 ‘통닭구이’ 고문을 가했다. 고향이 부산이란 이유로 ‘원정 시위대’로 몰아가기도 했다.

김 씨는 구금 43일 만에 석방됐다. 집으로 돌아간 그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복학을 거부당했다. 전학가려고도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그는 항쟁 시위대를 따라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중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그는 지금도 인생을 망친 이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이들을 향한 분노를 삭혀야 했다. 2020년에는 소설가 하명희가 김 씨의 인생을 소재로 ‘손수건’이란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재단 최갑순 이사장은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유에 기부금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최 이사장도 부마항쟁 참여자로서 경남대 시위의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당시 23살이었던 나(최 이사장)도 그 지옥 같은 참상에 힘들어했는데, 14살의 소년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미안한 마음이다. 살아 있어줘 너무 고맙다”며 “(부마항쟁 피해자) 1563명 중 400여 명밖에 진상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피해자들이 느끼는 ‘사회적 낙인’을 대변한다.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돕는 데 기부금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5. 5[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6. 6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7. 7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8. 8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9. 9“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10. 10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北 ‘지뢰 폭발은 韓 자작극’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이사국들 회람
  5. 5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6. 6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7. 7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10. 10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3. 3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4. 4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5. 5“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6. 6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7. 7[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8. 8국내 위성기술로 인니 해양환경 관리역량 키운다
  9. 9국민은행 해킹 정보유출 119명→2210명 확대(종합)
  10. 10부산신보 ‘민생안심 협약보증’ 한 달 만에 1000억 돌파
  1. 1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2. 2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3. 3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4. 4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5. 5“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6. 6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7. 7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8. 8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9. 9철새도래지 길냥이 급식소 분쟁, 항소심도 “추가 설치 불허 적법”(종합)
  10. 10시민단체 ‘국제신문 지키기’ 연대 나섰다…부울경 넘어 수도권 언론도 조명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4. 4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5. 5[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6. 6[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7. 7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8. 8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9. 9‘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10. 10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