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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라노]또 사라진 꿀벌...원인 몰라 속타는 양봉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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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음식 대부분은 이 동물의 역할이 큽니다. 이 동물이 없다면 인류가 앞으로 먹지 못할 음식이 급증하게 됩니다. 우리네 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물은? 바로 꿀벌입니다.

2019년 미국의 미생물 기업 시드는 ‘꿀벌이 멸종된 세상’을 가정한 식단을 선보였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즐기는 대부분의 과일·채소들은 사라지고, 꿀벌의 수분 없이 자라는 뿌리식물만 남습니다. 소의 사료로 쓰이는 작물이 줄면서 소고기도 식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닥칩니다. “소는 누가 키울 거야.”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유행어가 현실이 되는 겁니다. 생선은 오늘날 캐비아만큼 비싸질 수 있습니다. 꿀벌의 부재가 지역 생태계를 교란시켜 물고기 개체 수마저 줄기 때문이죠.
경남 함안에서 양봉업을 하는 김영제 씨가 벌통을 열어보았더니 꿀벌이 가득 있어야 할 벌통이 텅 비어 있다. 이세영PD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무려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습니다. 이는 그만큼 꿀벌이 인간의 식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 이밖에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소속 연구팀은 2015년 국제학술지 ‘랜싯’에 꿀벌이 멸종하면 식량난과 영양 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눈앞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전체 양봉농가 2만4044가구 중 4295가구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양봉업계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올 초 꿀벌 집단 실종 현상의 원인으로 ▷꿀벌응애류 발생 ▷말벌류에 의한 폐사 ▷이상 기후변화 등을 지목했는데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텅 빈 벌통. 이세영 PD
원인을 알지 못해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탓인지, 꿀벌 실종 사태는 최근 또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에서 양봉업을 하는 송외도(72) 씨는 악몽이 채 수습되기도 전 또다시 반복되는 꿀벌 실종사태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송 씨는 “벌통 100개 중에 꿀벌이 조금이라도 남은 벌통은 이제 1개뿐”이라며 “올 초 꿀벌이 대거 실종되고 난 이후, 어떻게든 남은 꿀벌을 서서히 번식시켜 조금씩 복구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복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나이도 일흔이 넘었고, 양봉업만 10년 넘게 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일을 알아보기도 쉽지 않아요. 꿀벌이 없으니 꿀벌을 다시 사야 하는데 상황이 심각한 만큼 정부가 비용 일부라도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송 씨의 바람처럼 현재 양봉업계는 양봉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꿀벌 구매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남은 140억 원, 경북은 109억 원, 경남은 8억8000만 원의 관련 예산을 책정한 상태인데요. 그러나 지자체마다 대처도 달라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꿀벌이 죽어 빈 벌통을 확인하고 있다. 김봉성 한국양봉협회 경남지회 사무국장

김봉성 한국양봉협회 경남지회 사무국장은 “현재 지난 2, 3월 못지않게 피해가 심각한 상황인데 양봉농민들이 아무리 심각하다고 호소해도 기관들은 들은 체 안 한다”며 “전남 등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꿀벌을 살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던데 경남도는 그런 움직임조차 없다”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 축산과 박동서 사무관은 “전문가와 논의한 결과 꿀벌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질병이 전파되는 등의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에 꿀벌 구매 자금 지원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방역을 포함한 내년 총사업비가 올해보다 약 20% 증액될 것으로 봐 양봉농가에 더 두텁게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꿀벌 실종 사태가 일어난 이후 경남 함안의 양봉 농가. ‘윙윙’소리가 나야 할 농가에 더는 꿀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세영PD
이번 사태로 드러난 문제는 또 있습니다. 양봉농민이 가입하는 가축재해보험의 보상 범위가 좁은 탓에 양봉농가들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농협중앙회에 의하면, 꿀벌 가축재해보험은 자연재해와 전염병 2종(낭충봉아부패병, 부저병)에 따른 피해만 보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꿀벌 실종사태를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응애류인데요.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올해 초 꿀벌 폐사 문제로 민관합동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꿀벌 폐사가 발생한 대부분 농가에서 꿀벌응애류가 발견됐습니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은 2020년 공개한 자료에서 응애류가 양봉 피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정작 가장 많은 피해를 일으키는 응애류가 피해 보상 범위가 속하지 않다 보니 보험 가입건수도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꿀벌 가축재해보험 가입 건수는 2018년 1874건에서 2021년 516건으로 72.5% 감소했는데요. 지난해 전체 벌통 수 대비 보험 가입률은 2.6%에 불과합니다. 어 의원은 “양봉산업은 공익적 가치가 약 6조 원에 이르는 중요 산업”이라며 “양봉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가축재해보험에 꿀벌 질병을 추가하는 등의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한국양봉협회 경상남도지회는 지난달 31일 낸 입장에서 현재 일어나는 꿀벌 실종사태와 관련해 “지금 나서지 않으면 1차 피해자는 양봉인이, 2차 피해는 꿀벌로 인한 시설작물(하우스과일 채소 등) 농업인이, 3차 피해는 생산농작물 감소로 화물운송업자가, 4차 피해는 국민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습니다.
세종시 연서면의 한 배 과수원에서 드론을 이용한 인공 수분이 진행되고 있다. 세종시 제공
꿀벌 실종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올해 수박과 참외 가격이 폭등한 원인으로 농진청은 꿀벌이 줄면서 수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꿀벌을 대신해 사람이 직접 수작업을 하거나 드론을 활용해 인공수분을 하는 시도가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꿀벌을 대체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요. 1초에 200번 날갯짓을 하며 하루 1만 개의 꽃송이를 오간다는 꿀벌. 그간 우리의 식탁 위에 올아온 재료를 꿀벌이 책임졌다면, 이제는 우리가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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