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시행된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 부산지역 지자체와 부산소방재난본부의 반응이 극명히 갈린다. 일부 지자체가 해외연수 일정 등을 서두르는 반면, 소방본부는 9일 소방의 날 행사도 취소한 채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유튜브 캡쳐

오은택 부산 남구청장은 지난 6일 ‘드래곤밸리 엔지니어링 특화구역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리핀에 5일 동안 출장을 갔다. 오 구청장은 남구 용당동의 드래곤밸리(부경대 용당캠퍼스)와 동명대에 입주한 70여 개의 조선해양플랜트 기업 수주 협력을 위해 이번 일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구는 이달 중 퇴직 예정자 산업시찰을 추진한다. 제주·신안·군산·보령 등에서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애도기간 동안 잠시 중단됐던 행사도 재개된다. 수영구는 매주 토요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진행한 광안리 M드론라이트쇼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상설공연이다보니 업체와 계약여부, 지역 상권 활성화 차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드론쇼를 진행하게 됐다. 다만 이태원 참사 추모분위기를 반영해 애도의 뜻을 담은 드론쇼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소방본부는 9일이 제 60주년 소방의 날이었지만 아직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최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현장을 지휘한 용산 소방서장이 입건되는 등 조직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방 본부는 매년 소방의날 때마다 소방공무원과 민간인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내부 결속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는 행사 대신 소방의 날을 기념하는 영상인 ‘서동 히어로’와 ‘생일축하’를 ‘119부산’ 유튜브 등 부산소방 SNS에 공개하는 데 그쳤다. 기념 영상물은 동서대 영상애니메이션학과, 광고홍보학과와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서동 히어로’는 고 서병길 소방위가 순직한 2006년 11월 14일 부산 금정구 주택붕괴 사고를 모티브로 화재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소방대원들의 활약상을 3D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생일축하’는 소방의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내용을 담아 일 년 중 기억하고 싶은 생일의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추모하려고 소방의 날 기념행사는 전면 취소했다”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간 영역에서 축제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만 공공 영역은 조금 다르다 본다. 특히 실무진이 아닌 지자체장들이 국내외 출장을 가는 건 시기상조”라며 “여전히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과도한 행사진행과 출장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