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행강제금 감수하고 배짱영업
- 건물주 고발 등 제재수위 높여야

서울 이태원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해밀톤호텔의 불법 증축이 거론되는 가운데 부산에도 무단증축 건물이 90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무단증축 건물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120억 원을 넘었다.

10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번화가에서 부산진구 공무원들이 건축물 불법증축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달 말까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 도로를 점거한 건축물 불법증축사례 등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10일 부산 동래구의 다중이용시설이 밀집된 현장. 주점 영업을 하는 한 건물은 담벼락에 철골을 이용해 가스시설을 설치했다. 1m가량 도로로 튀어나온 시설은 이동이 불가능해 사실상 도로 일부를 점거해 사용하는 상태다. 구는 해당 건물 업주에게 지난해 이행강제금 1285만 원을 부과했다. 또 다른 주점 건물은 경량철골 여러 개를 이용해 1층 면적을 넓게 사용하고 있었다. 도로 일부가 불법 추가 건축물로 점거됐고, 2층도 추가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 건물의 지난해 이행강제금은 1014만 원이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10일 현재 부산의 무단증축 건물 동수는 9091개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강서구가 1096곳으로 가장 많고, 동래구(983곳) 남구(829곳) 북구(815곳) 금정구(711곳) 순이었다. 시에 따르면 부산 전역에서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2020년 120억1070만4000원, 지난해 121억634만1000원이다. 올해는 10월 말 기준 56억3606만5000원이다. 시 관계자는 “한번 단속된 건물의 불법사항이 시정되지 않으면 각 구·군에서 보통 매년 연말 한차례 이행강제금을 다시 부과하기 때문에 10월까지도 지난해 절반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체 이행강제금의 절반 상당이 반복적으로 징수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은 도심 외곽에서 불법 증축된 창고나 음식점이 단속 대상이지만 동래구와 부산진구, 해운대구 등 시내 번화가의 다중이용시설도 불법 증축된 사례가 많다. 특히 젊은층이 몰리는 서면 등지는 주말이면 인파가 좁은 골목에 몰리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증축 건물을 단속할 수단이 미비하고 지자체 대응도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이행강제금은 위반 사항 적발 때 두 차례의 시정명령 이후 불응하면 부과된다. 구는 건축물 업주를 고발하거나 운영 정지를 요청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이행강제금 부과에 그치는 상황이다. 업주들은 이행강제금만 내고 불법 증축된 건물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부산시의회의 한 초선 의원은 “해밀톤호텔의 불법증축이 이태원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볼 수는 없지만 피해를 키운 것은 분명하다. 부산에서도 특히 도심 번화가에서의 이 같은 불법 증축 행위는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꼭 단속이 돼야 한다”며 “불법 증축 건물을 철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행강제금을 높이거나 안전상 위협이 분명해보인다면 강제 철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