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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0> 선구와 원구 ; 하등 동물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11-14 19:02:3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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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생명체의 진화적 관계를 보여주는 계통수(系統樹) 관점에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해산물은? ①문어 ②새우 ③해삼 ④성게 ⑤멍게. 당연히 지능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문어 같다. 의외로 정답은 가장 멍청하게 보이는 멍게다. 문어 새우 해삼 성게는 무척추 동물로 사람이 속한 가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반면에 척삭동물인 멍게는 사람 바로 아래 가지에 있다. 멍게는 자라서 단단한 껍질을 이루고 바닷속 바위에 붙어 살며 척삭이 퇴화한다. 그러나 올챙이 모양으로 살던 어릴 적엔 말랑한 척추인 척삭을 지녔었기에 멍게는 척추동물인 사람과 가까운 척삭동물로 분류된다.

항문보다 입 먼저 생기는 "선구" 턱 없는 입이 둥글게 생긴 "원구"
또한 멍게는 입과 항문이 분리된 제법 고등한 생명체다. 다음 중 멍게처럼 입과 항문이 분리되지 않는 생명체는? ①해파리 ②새우 ③해삼 ④성게 ⑤꼼장어. 정답은 ①번이다. 해파리의 무배엽 배아줄기세포는 나중에 한쪽이 굴곡되어 외엽과 내엽으로 구분될 뿐 두 쪽으로 분리되지 않은 2배엽 상태가 된다. 이로부터 자란 해파리의 굴곡진 구멍은 입+항문이 된다. 반면에 새우 해삼 성게 꼼장어의 무배엽 배아줄기세포는 두 쪽으로 분리되고 안에 중엽까지 갖춘 3배엽 상태가 된다. 이로부터 자라 양쪽 구멍이 뻥 뚫려 한쪽은 입이 되고 다른 한쪽은 항문이 된다. 문어 등 연체동물과 새우 등 절지동물은 항문보다 입이 먼저 발생하니 선구(先口)동물이다. 반면에 해삼 성게 등 극피동물과 멍게 창고기 등 척삭동물, 그리고 장어 개구리 뱀 비둘기 사람 등 모든 척추동물은 항문이 먼저 생기고 입이 나중에 발생하니 후구(後口) 동물이다. 발생 차원에선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이라고 유달리 특별하지 않다.

위상도형 차원에선 더욱 그렇겠다. 여러 동물의 모양을 기하학적 위상도형 차원에서 볼 수 있다. 먹는 입과 싸는 항문이 하나인 해파리 모양은 농구공과 위상동형이다. 양쪽으로 뻥 뚫린 구멍이 없어서다. 반면에 입과 항문이 양쪽으로 나뉜 선구동물과 후구동물 모양은 도넛 모양과 위상동형이다. 구멍이 양쪽으로 뻥 뚫려서다. 푸엥카레(1854~1912)가 추측하고 페렐만(Grigori Perelman 1966~)이 증명한 바와 같이 3차원 우주의 모양이 한 점으로 수축되어 농구공 모양과 위상적으로 같다면? 3배엽 동물보다 하등의 2배엽 동물인 해파리 모양이 우주의 모양과 위상동형이다. 3배엽 동물인 문어 새우 멍게 인간의 모양은 모두 위상적으로 동형인 도넛 모양이다.

하등한 해파리처럼 꼼장어도 진화가 덜 된 하등 어류로 깔보거나 우습게 봐선 안 되겠다. 물에 살며 몸이 길기에 붕장어 갯장어 뱀장어처럼 장어(長魚)로 치지만 꼼장어는 척추가 없기에 어류가 아니다. 먹장어로도 불리는 꼼장어에 등뼈와 가시가 없는 이유다. 또한 눈도 없다. 먼지만 한 안점(眼點)이 있다. 턱도 없다. 후구동물이라 항문보다 나중에 생긴 둥그런 입이 있다. 어류가 아니라 둥근 원(圓) 입 구(口)를 써서 원구류라 부른다. 4억여 년 전 출현하여 현존하는 물고기다. 껍질 벗기고 토막 내도 열 시간 넘게 꼼지락 꿈틀대는 모질며 끈질긴 생명체다. 꼼장어 먹을 때 경이롭게 경외하며 마주해야 할 생명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시각 수준 관점 입장 차원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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