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2일부터 사흘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부 정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가 2018년 합법 노조가 된 이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노조 활동을 벗어난 행위라며 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노조는 공무원 근로조건과 직접 맞닿은 사안이라고 반박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정책평가 조합원 총투표 선포 기자회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7개 정부 정책에 대한 투표를 진행해 그 결과를 정부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투표 대상 항목은 ▷이태원 참사 책임자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처벌(하위직 책임전가 중단) ▷2023년 공무원 보수인상률 1.7% ▷공무원 인력 5% 감축 5개년 계획 ▷65세 공무원연금 지금(연금소득공백) 정책 유지 ▷노동시간 확대·최저임금 차등 정책 ▷돌봄·요양·의료·교육 등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법인세 인하 등 부자 감세 복지예산 축소 정책이다

정부는 이들 중 ▷이태원 참사 ▷노동시간 확대·최저임금 차등 정책 ▷돌봄·요양·의료·교육 등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법인세 인하 등 부자 감세 복지예산 축소 정책을 문제 삼는다. 이 항목들은 정치적 주장이거나 공무원 근로조건 개선 등과 관계가 없어 공무원노조법상 정당한 노조활동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지난 18일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정책 찬반투표는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에 규정된 집단 행위 금지 의무에 위반된다”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공문에서 정부정책 찬반투표 관련 현장 및 온라인 투표 안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 독려 및 참여, 투표 관련 리본 패용·현수막 게시·시설 무단사용을 모두 금지했다. 투표를 주최한 노조 관계자에겐 징계가 부과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반면 노조는 공무원 근로조건과 밀접한 사항으로 노조의 직무범위 안이라고 반론을 폈다. 노조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책임을 하위직 공무원에게만 물리는 시도는 공무원의 근로 조건과 상당한 관계성을 가진다. 또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등도 공무원의 업무를 늘리거나 줄이는 결과를 낳게 돼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법외 노조였던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려다가 무산됐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별도의 징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