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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전 부산역전 대화재 때 받은 위트컴 장군 은혜 갚을 차례

11월 27일 부산역전 대화재 발생 69주년

위트컴, 이재민 6000세대 3만 명에게 식량 텐트 제공

내년 70주년 맞아 시민 모금으로 기념조형물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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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전 발생한 부산역전 대화재는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재건을 일구려던 부산 시민의 희망을 삼켜버렸다.

1953년 11월 27일 발생한 부산역전 대화재로 폐허로 변한 부산 시가지.
1953년 11월 27일 오후 8시30분 발화한 부산역전 대화재로 29명이 숨졌고, 6000여 세대 3만 명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이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만 했다.

이때 파란눈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리차드 위트컴 유엔군(미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1894~1982)이 미군 창고를 열어 잠을 잘 천막과 먹을 것을 나눠줬다. 매일 2만3100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과 텐트, 의류, 침구 등 군수물자를 신속하게 지원했다. 장군은 화재 다음 날부터 곧바로 공병부대를 투입해 화재 지역을 정리하게 했고, 장병들로 하여금 4만 명이 기거할 수 있는 임시 천막촌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위트컴 장군은 그해 12월 9일 첫 텐트촌을, 10일에는 두 번째 텐트촌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장군은 1953년 12월 5일 자 ‘성조지 태평양판(Pacific Stars & Stripes)’에서 “이재민 중 누구라도 굶거나 잠잘 곳, 진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을 것”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1953년 11월 부산역전 대화재 이후 위트컴 장군이 부산 동광동에 이재민을 위한 천막촌을 마련했다. 강석환 위트컴희망재단 이사 제공
위트컴 장군이 쳐준 천막촌에서 생활했던 이종철 씨는 “부산역전 대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하늘이 온통 시커멓고 불이 사방을 둥둥 떠다녀 불안에 떨었다”며 “이후 위트컴 장군이 마련해준 천막 안은 군대 내무반처럼 가운데 통로를 두고 양쪽으로 세 가구씩 여섯 가구 수십 명이 함께 생활했다”고 기억했다.

부산 중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12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부산역전 대화재 표지석.
작고한 원로 소설가 윤정규 선생이 1979년 쓴 소설집 『불타는 화염』(일월서각) 263쪽을 보면 부산역전 대화재가 자세히 묘사돼 있다.

‘1953년 11월 27일 하오 8시30분경 발화한 화재가 모든 것을 삼켜버린 것이다. 불은 영주동 산비탈 판잣집에서 일어났다. 그 불길이 장장 열네 시간 동안 번지고 번져, 부산 번화가였던 40계단 부근과 동광동, 부산역 등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불가항력의 화재가 아니었다. 당사 경찰국장이었던 김모가 산비탈의 판잣집을 소탕할 좋은 기회랍시고 소방관들로 하여금 진화 작업을 중단하게 하고, 그 사이에 불은 바람을 타고 진화가 불가능한 대화재로 커져 버린 것이다. 폐허가 된 부산은 좀처럼 재건되지 않았다’.

부산 중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12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옛 부산역 터 표지석.
부산 중구는 2018년 12월 24일 부산 중구 중앙대로 88 부산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12번 출구 인근에 부산역전 대화재 표지석을 세웠다. 옛날 부산역이 있던 자리다. 부산역은 1968년 중앙동에서 지금의 초량동으로 이전했다. 부산역전 대화재 표지석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전쟁 중 형성되었던 판잣집 철거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고, 전후 부산의 도시계획과 건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내용과 위트컴 장군의 미담이 적혀 있다.

내년 11월 부산역전 대화재 발생 70주년을 맞아 위트컴 장군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기념물을 건립해 장군에게서 받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장군 기념물 건립을 위한 시민성금 모금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부산의 의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위트컴 장군 조형물 건립을 위한 시민모금 안내문. 국제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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