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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센터 건립의 꿈, 엄마는 끝내 못 이루고 하늘로

부산서 장애아들 키운 임은영 씨, 암투병 속 금정구 시설촉구 시위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2-12-04 19:02:18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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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장공약에도 5개월째 지지부진
- 구청 측 “내년 하반기 개소 예정”

암과 맞서 싸우며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건립을 위해 1인 시위를 벌이던 엄마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센터 설립은 해당지역 구청장의 공약이었지만 임기 시작 반년이 되도록 한발도 떼지 못한 채 미적대던 사이 엄마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남겨두고 먼 길을 떠났다.

지난 3일 별세한 임은영 씨의 생전 모습. 유가족 제공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가서 부탁도 하고 사정도 했습니다. 돈이 없다고 들었지만 마지막으로 엄마의 순수한 마음을 전했어요.”

부산 금정구 발달장애인부모협의회 임은영(45) 회장이 지난 3일 별세했다. 임 회장은 지난 10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했다. 임 회장은 금정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건립을 위해 항암치료를 받으며 한겨울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임 회장은 수필을 쓰고 있다며 다 쓰면 꼭 읽어달라고 부탁했지만, 수필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겨졌다.

4일 금정구 구서동에 차려진 빈소에는 생전 고인을 아꼈던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현광희 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은 “처음 봤을 때 샛노란 숏 커트 머리라 당황했지만, 임 회장은 발달장애인 복지 확대를 위해 힘써온 최고의 활동가자 웅변가였다”며 “개소식에 같이 가서 테이프 자르자고 약속했는데 이룰 수 없게 됐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 추모객은 “고인의 활동은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생전 임 회장은 “금정구에는 1100명의 발달장애인이 있지만 그 중 20~30%만 학교를 다니고 나머지는 성인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극소수만 직업 훈련을 할 수 있고 대다수는 복지관과 주간보호센터를 전전하는 등 발달장애인을 가르치고 돌봐줄 곳이 없다”며 “특히 아들처럼 중증인 경우에는 더욱 갈 곳이 없어 돌봄은 오롯이 가족 몫이다”고 평생교육센터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강서구에만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있지만, 전액 구비로 운영돼 구민만 이용할 수 있다.

금정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는 김재윤 구청장 공약 사항으로, 부모들은 지방선거 전 국민의힘 간담회 자리에서 건립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구는 2023년 본예산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앞서 구는 센터 건립 추진에 나서(국제신문 지난 8월 25일 자 8면 보도) 센터가 입주할 건물을 알아보고 건립 비용 등 정확한 예산안을 산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조례개정 등 사업진행을 위한 첫발도 떼지 않았다. 구는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구의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는 ‘구청장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그간 센터 지원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개정안을 시행하지 않은 건 결국 구의 의지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우경 부산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선거 이전 간담회에서 약속받았지만 지난 5개월간 구의 추진 의지를 못 느꼈다. 정치인이 호언장담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큰 잘못이다”며 “임 회장님의 마지막 염원이었는데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오는 5월 1차 추경에서 예산 확보해 내년 하반기 개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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