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연간 육아휴직자 수가 1만 명을 돌파했지만 그에 따른 업무 공백을 동료 직원이 나눠 해결하는 직장은 10곳 중 7곳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고 구직자의 기회확대를 위한 대체인력 채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부산의 육아휴직자 수는 2020년을 기점으로 1만 명을 넘어섰다. 10여년 전인 2010년 당시 3406명 수준이었던 육아휴직자 수는 2015년 7766명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2018년(8532명) 2019년(9427명)을 지나며 가파르게 늘어 2020년엔 1만351명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1만1688명으로 집계됐다.

(자료사진) 지난 2020년 부산의 육아휴직자 수는 1만 명을 돌파해 1만351명을 기록했다. 국제신문DB

반면 육아휴직 사용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직장 내 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일 가정양립 실태조사(2020년)’를 보면 부산지역의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공백 처리’는 전체 사업체 3만6842곳 가운데 75.7%(2만7900곳)가 ‘남은 인력끼리 나눠서 해결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서울(53.7%) 대구(67.7%) 경기(70.7%) 등을 크게 상회한다. 지역별 통계에서 해당 응답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78.0%)였고 부산이 뒤를 이었다.

‘계약직 대체인력을 추가로 고용한다(18.8%)’ ‘일용직 인력을 고용해 해결(1.0%)’ ‘새 정규직 인력을 채용해 해결(4.5%)’ 등의 응답비율도 타 지역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밖에 육아휴직제도의 인지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전국 기준 41.4%가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충 알고 있다’ ‘들어본 적은 있다’ ‘모른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25.9%, 19.5%, 13.2%로 조사됐다.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에’라는 응답이 49.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이 23.3%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은 최대 평균 10.6개월 이용이 가능했고, 12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는 78.6%로 나타났다. 법상 6개월 미만 근속하는 경우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능하도록 하는 사업체는 28.7%였다.

휴직기간 전체를 승진소요기간에 산입하는 사업체는 43.3%, 일부만 산입하는 업체는 18.8%, 산입하지 않는 사업체는 37.9%로 집계됐다.

육아휴직 종료 후에는 83.0%가 복귀 후 지속적으로 근무했고, 복귀하지 않고 그만두는 경우는 5.9%였다.

육아휴직 신청 시 느끼는 부담에 대해서는 사업체의 16.3%가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부담을 느낀다는 사업체 중 29.2%가 ‘동료 근로자의 업무부담 증가’를 이유로 꼽았다.

이 같은 현실에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대체인력 여성일자리 창출사업’을 통해 육아휴직 발생 사업체와 구직자 매칭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170건의 육아휴직 대체인력 취직이 성사됐다. 여성가족개발원 오경은 원장은 “부산의 낮은 출생률을 고려할 때 근로자가 마음 편히 결혼과 임신·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직장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대체인력 활용은 기업의 업무공백을 해소하고, 경력단절여성의 일할 수 있는 기회 제공과 추후 좋은 일자리를 얻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