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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밤 되자 드러난 ‘황금 도시’…비로소 위대한 건축이 보였다

夜한 도시 부산으로 <4>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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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체코 프라하와 함께
- 3대 야경에 꼽히는 부다페스트
- 한낮엔 우울한 빛 감돌던 도시
- 경관조명 켜지자 진면목 드러내

- 세계 最古 모노레일 시클로 타고
- 왕궁 언덕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
- 트램 타고 즐기는 야경도 좋지만
- 헝가리 건축·음악 등 함께 하는
- 유람선 야경 관광 세계적 명물

낮 시간, 회색빛의 우중충했던 도시는 밤이 되자 황금색 도시로 바뀌었다. 숨어있던 여행객은 다뉴브강 근처의 야간 명소로 모여 연신 사진을 찍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다뉴브강 좌우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유람선. 부다와 페스트 지역을 가르는 이 물줄기는 좌우의 모든 야경 명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야경 명소’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젊은 연인들이 다뉴브 강변 벤치에 앉아 국회의사당 야경을 보고 있다.
■압도적 야경 도시 부다페스트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와 함께 유럽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백미라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건 지난 10월 1일이었다. 헝가리 수도에 대한 첫인상은 흐린 날씨 탓인지 오래된 건물이 많은 특성 탓인지 도시 전체가 어두운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잔뜩 웅크린 이방인을 흘겨보았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짐을 풀고 시내로 나갔다. 부다 지역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 택시 안에서 부다페스트의 랜드마크 국회의사당이 눈에 들어왔다. 압도적인 건축물에 비친 오렌지색 조명은 어두운 밤 배경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다뉴브강과 왕궁을 이어주는 모노레일 시클로(Siklo).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왼쪽 언덕이 부다(Buda) 지역이고, 오른쪽이 페스트(Pest) 지역이다. 예전 부다에는 왕궁과 관청가, 귀족 등 지배층이 살았고, 페스트 지역에는 서민이 살았다. 1849년 두 도시를 잇는 다리가 개통됐고, 1873년 두 도시가 통합돼 부다페스트가 탄생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 명소는 페스트 지역의 국회의사당을 가장 먼저 꼽는다. 그리고 부다 지역에는 왕궁과 어부의 요새, 다뉴브강 사이를 가로지르는 각종 다리, 그 중에서도 슈체니 다리도 빼놓을 수 없는 야경 명소다.

야경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부다 지역 언덕으로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페스트 지역을 조망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모노레일인 시클로(Siklo)를 타고 올라가봤다. 강변에서 해발 169m 높이에 있는 왕국까지 연결하는 시클로는 1870년에 공사를 마치고 운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전 7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하고, 왕복 티켓 값은 약 1만 원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약 100m를 순식간에 올라갔다. 왕궁 언덕에서 바라본 페슈트 지역은 말 그대로 걸작이었다. 아쉽게도 방문 당시 슈체니 다리가 보수공사 중이어서 슈체니 다리에서 성 이슈트반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야경을 한눈에 즐길 수는 없었다.

걸어서 왕궁도 구경하고 어부의 요새까지 구경했다. 어부의 요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국회의사당은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이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포토존’이다. 독일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 A(20대) 씨는 “밤에도 굉장히 특별한 비주얼을 가진 도시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본 야경이 너무 환상적이라 여자친구와 꼭 다시 오고 싶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변에서 산책하거나 트램을 타고 야경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다뉴브강 양쪽에는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나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페슈트 시내 방향의 인도는 폭이 약 4m였고, 10m 마다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설치돼 있었다. 그 옆 왕복 2차로의 차선 왼쪽에는 약 2m 높이의 둑 위로 150년 된 트램이 지나다닌다.

■헝가리 문화 전도사 ‘유람선’

다뉴브강 유람선 내부에서 바라본 왕궁 야경.
다뉴브강변을 산책을 하다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와 연결된 선착장이다. 약 10m 길이의 선착장 끝에는 각종 배가 정박해 있다. 다뉴브강 좌우로 설치된 독(dock)은 사업자가 대여해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유람선을 운영하는 사업자도 있고, 정박한 배 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배 수리를 하는 곳도 있다. 다뉴브강의 독은 40개 정도 된다. 주로 상류에는 개인 보트나 전세 보트를 띄우는 곳이 많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띄우는 유람선을 타는 곳은 야경 명소가 많은 머르키트 다리에서 엘리자베스 다리 구간에 집중돼 있다.

이 도시의 명소는 다뉴브강을 따라 위치했다. 리버뷰를 즐기기 위해 강변을 따라 인터컨티넨탈호텔 매리어트호텔 등 유명 호텔이 서 있기도 하다. 부다페스트에서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아이론(Airon) 씨는 “이 도시 자체가 다뉴브강을 끼고 이뤄졌기 때문에 부다와 페스트를 동시에 조망하려면 유람선을 타는 게 가장 좋다. 관광객 10명 중 최소 7명은 유람선을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이 되자 다뉴브강은 선착장마다 유람선을 타기 위한 줄로 장사진을 이뤘다. 약 30m까지 늘어선 줄 속 사람들은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이 들리자 춤을 추며 지루함을 달랬다. 기자도 19유로를 주고 예약해 둔 7번 독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모니터의 예매 현황을 보니 가장 인기 있는 저녁 시간 유람선은 모두 매진이었다.

유람선 2층의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2층짜리 이 유람선에는 야외석을 포함해 약 200명이 탑승할 규모였다. 출항 시간이 되자 1, 2층 야외석이 모두 들어찼다. 탑승객에는 음료 한 잔씩이 제공됐다. 와인을 한 잔 집어 들자 유람선이 선착장을 떠나 다뉴브강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선실 내부의 불이 꺼지자 본격적으로 강 양쪽의 야경 명소가 눈에 들어왔다. 수면에 반사된 빛, 강변도로의 자동차 라이트, 유구한 역사를 가진 다리와 건축물에 비친 야경이 밤의 도시 부다페스트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유람선에서 가장 인기 있는 2층 뒤쪽의 야외석으로 향했다. 헝가리 국기가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 펄럭였다. 야경 명소를 지날 때 연인과 가족들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부다페스트에서 10년 넘게 가이드를 하는 강운경(46) 씨는 “강폭이 넓은 서울 한강과 달리 부다페스트를 지나는 다뉴브 강은 폭이 넓지 않아 양쪽의 건축물과 야경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부다페스트를 ‘다뉴브의 진주’라고 부르는 이유”라며 “오스트리아나 슬로바키아 등에서도 크루즈가 내려와 정박하고 야경을 즐긴다”고 말했다.

유람선은 단순히 야경을 볼 수 있는 방법뿐만 아니라 헝가리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유람선에서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는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는 물론 그리스어 아랍어 등 무려 30개 언어로 서비스됐다. 유람선이 이동하는 루트에 맞춰서 볼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제공됐다. 낭랑한 한국인 성우의 설명 배경음악에는 헝가리가 자랑하는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가 편곡한 베토벤 5번 교향곡이 흘렀다. 유람선은 단순히 1시간 동안 야경을 즐기는 수단이 아니라 헝가리의 역사와 건축, 문화와 예술을 모두 담은 집합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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