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엔 10건… 2.4배로 급증
- 대부분 만취자… 욕설은 통계제외
- 방역완화·가벼운 처벌 원인 꼽아
“선생님 진정하세요. 병원 가서 치료 받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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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 훈련을 하는 모습. 국제신문DB |
최근 6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채 길바닥에 넘어져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부산지역 구급대원 A 씨. 행패를 부리던 주취자를 간신히 구급차에 태워 안정시키려 하자 갑자기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2평(6.6㎡)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피할 방도가 없던 A 씨는 속절없이 뺨과 상반신을 맞았다. A 씨는 “그날 일을 떠올리지 않고 싶은데, 밤새 구급 출동을 해야 하고 똑같은 차에 타야 해서 계속 생각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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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급대원에게 발길질하는 교통사고 피해자. 부산소방재난본부제공영상 캡처 |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 대한 주취자 폭행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6년 중 올해 부산지역 구급대원들이 폭행 피해를 가장 많이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들어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보복 음주’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가장 빈번한 폭언 욕설은 통계로도 잡히지 않아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크다는 지적이다.
부산소방본부는 지난달 기준 올해 구급대원 폭행 피해는 총 24건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2017년부터 6년 동안 가장 심각한 수치로, 2017년 피해 건수(10건)에 비해 2.4배로 증가했다. 피해 건수 추이를 보면 ▷2017년 10건 ▷2018년 13건 ▷2019년·2020년 18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16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2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은 술 취한 상태였다. 2020년에는 가해자 18명 전원이 음주 상태였으며, 지난해는 16명 중 14명(87.5%)이 주취자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구급대원 폭행이 대폭 증가한 배경으로 ‘보복 음주’를 꼽고 있다. 보복 음주란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한꺼번에 나오는 ‘보복 소비’를 술에 빗대 표현했다. 소방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되면서 밤늦은 시간대 음주도 잦아졌고, 구급대원 출동 건수도 10% 정도 늘었다. 이러한 변화가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가해자 처벌은 가벼운 실정이다. 최근 3년 동안 주취 폭력자 52명 중 50명이 불구속됐다. 29명은 벌금형이고 14명은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았다. 전국소방공무원노조 배한진 부산본부장은 “주취자 폭행은 무관용 원칙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쉬는 날 조사를 받으러 가는 부담이 커 합의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 당시 일이 자꾸 떠오르고 분노와 비참함이 들어 입 밖에 내기를 꺼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취자 폭언은 비일비재하지만 어느 정도의 폭언이 구급활동 방해인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고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서 주취자와 싸울 수도 없어 대부분 그냥 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법상 소방대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소방 심리 상담 전문가는 심리적 위기 상황 관리를 위해서는 전문 상담을 통해 그날 일을 되짚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소방본부 김민경 상담사는 “그날 일을 묘사하고 언어로 정리해 무의식으로 내려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회피하거나 안 좋은 감정을 억지로 참고 있으면 비슷한 경험을 할 때 무의식에서 올라와 증폭한다”며 “이야기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건 위기관리를 위한 정상적인 감정이자 거쳐야 하는 단계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