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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4> 인류세와 인류살 : 똑똑한 인간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12-12 20:01:3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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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지구 생명체 말고 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우주 생물학은 이런 질문에 답하려는 학문이다. 세균 정도의 생명체는 충분히 있을 것이란다. 그런데 인간처럼 고등하게 진화한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있을까?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연구소는 본격적으로 똑똑한 ET를 찾기 위한 기관이다. 이 기관을 설립한 주인공은 드레이크 방정식까지 만들었다. 인간과 교신 가능할 정도로 지적인 외계생명체 수를 계산하는 요상 야릇한 식이다. N=R×fp×ne×fl×fi×fc×L이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977년에 발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 1, 2호기는 혹시나 있을 외계 생명체와 교신할 수 있도록 인간에 관한 각종 데이터를 탑재하고 가동 중이다. 아직 연락이 안 왔다. 왔다면 인류역사를 바꿀 최고의 뉴스다. 이미 외계인이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타고 지구를 들락거리고 있다는데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장담할 순 없지만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만큼 똑똑한 생명체는 없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으려는 수많은 시도들조차 인간이 너무도 똑똑하기에 벌이는 무모한 노력이라 여겨진다. 인간은 보통 똑똑한 게 아니다. 무지막지하게 똑똑하다. 추상적 사고를 극한으로 끌어 올린 수학이나 철학은 물론이고 과학 공학 기술 예술 능력은 같은 인간이 보기에도 감탄할 만하다. 린네(1707~1778)는 인간의 생물학적 학명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참으로 딱 맞게 잘도 지었다. 똑똑한 인간이란 뜻의 호모 사피엔스는 100만 종이 훨씬 넘는 생물종에서 한 개의 종에 불과하지만 수만 년 동안 지구 최강 생명체였다.

그런데 너무나도 강력해졌다. 자연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헛똑똑이 인간이 되고 말았다. 마시(1801~1882)는 이 사태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선각자였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책에서 자연의 유기적 조화와 균형 상태를 파괴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드디어 인간은 지질시기 이름까지 바꾸는 막강한 존재가 되었다. 인류세라는 비공식적 이름은 홀로세라는 공식적 이름을 제치고 작금의 지질시기를 구분 짓는 이름이다. 좀 길게는 6000여 년 전 도시문명 이후부터, 짧게는 300여 년 전 산업혁명 이후부터, 더 짧게는 100여 년 전 플라스틱기 이후부터다.

급기야 지구 최강의 생명체인 인간은 지구 밖으로 영역을 넓히려 한다. 지구 밖에서 살 곳을 마련하는 용감한 시도도 있다. 지구 아닌 곳을 지구화한다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이다. ‘아바타’라는 생태철학 영화에서처럼 우주 어딘가에 채산성 맞는 희토류 금속이 있다면 기어코 캐려고 덤벼들 것이다. 실제로 그리한다면 인간은 지구최강을 넘어 우주최강이 되려나? 우주 어디에서도 인간과 대적할 외계 생명체는 없겠다. 하지만 그러나 인류세의 시작은 인간마저도 죽는 6차 대멸종 시작과 일치한단다. 그렇다면 인류세는 인류살이다. 인류세(人類世)는 인간의 막강한 힘이 넘치는 인류세(人類勢)이며, 인류살(人類煞)은 인간이 후세대를 지독하게 죽여 멸종시키는 치명적 인류살(人類殺)이다.

인간멸종 후 다시 복원(Re-set)된 지구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찾아올 수 있을까? 그렇더라도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만큼 지극히 똑똑한 생명체는 또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인류가 대멸종 중이라는데… . Homo sapiens Quo vadis! 똑똑한 인간들 어디로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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