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5> 성선 성악 이기 이타 : 인간 본성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12-19 20:22:5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자는 좋게 말해서 융통적 글자이며 안 좋게 말해서 모호한 글자다. 어떤 한자가 가진 뜻은 전혀 반대의 뜻이 되기도 한다. 쉬운 예로 子(자)가 그렇다. 어린아이인 子가 높은 스승을 뜻하기도 한다. 자가 붙은 인물은 엄청난 성인이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열자 순자 한비자 한자 묵자 손자 관자 주자 등…. 내 머릿속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열 명 남짓이다. 박 씨인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박자(朴子)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짧은 말씀만으로 위대한 자급(子級) 반열에 오른 인물이 있으니 고불해(告不害 BC 420~350)다. 고자(告子)로 불린다. 성적 불구인 고자(鼓子)가 아니다.

성선과 성악 그리고 이기와 이타 사이
도대체 고자는 무슨 말을 했길래 높은 스승인 자급 성인으로 등극했을까? 고자의 발언은 ‘맹자’에 기록되어 있다. 고자 왈(曰), 사람의 본성은 물과 같아서 물길이 동쪽이면 동쪽으로 흐르고 물길이 서쪽이면 서쪽으로 흐르듯이 사람의 본성 자체에 선과 불선의 구분이 없다고 했다. 이런 당돌한 고자의 발언에 맹자는 발끈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본성이 있듯이 사람의 본성에도 인의를 바탕으로 하는 성선(性善)이 있다 했다. 순자의 성악설과 대비되는 맹자의 성선설이다. 이런 이분법적 구분을 해체하며 고자는 인간의 본성에 선과 악이 구분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른바 고자의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선 인간 본성이 악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인간의 선한 윤리를 생각했다. 중세 시대에 인간의 본성은 존엄해졌다. 하나님 형상대로 태어난 인간이기에 인간은 하나님의 선함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대에 들어서 홉스(Thomas Hobbes 1588~ 1679)는 이기적 본성이 악에 가깝다고 여겼다.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이성적 본성이 선에 가깝다고 여겼다. 현대에 들어설 무렵 선과 악 논쟁에 강력한 펀치를 날린 이가 있으니 포스트모더니즘의 문을 열어젖힌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다. 그는 선과 악의 절대적 구분을 와장창 깨트렸다. 인간 본성엔 선과 악이 없다고 했던 고자의 2300년 후 환생이 니체 아닐까? 니체를 고자처럼 니자(尼子)로 치켜세울 만하다.

니체 이후 성선과 성악에 관해 딱 한쪽으로만 주장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철학적 본성 논쟁은 생물학으로 번졌다. 성선설-성악설과 결이 다른 이기성-이타성 논쟁이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은 논쟁에 불을 지폈다. 사실 분자 덩어리 생명정보인 유전자가 무슨 이기성을 가지겠는가? 진화생물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은유적으로 과장된 책 제목이었다. 그런데도 유전자 중심주의는 번져갔다. 정말로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가 하는 대로 조종당하는 생존기계에 불과할까? 이에 반발하는 학설이 나오며 ‘이타적 유전자’ 라는 책도 나왔다. 경쟁하는 개체의 이기적 유전자와 협력하는 집단의 이타적 유전자 중 무엇이 동물의 행동을 결정할까? 이러한 논쟁은 경제학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인간의 경제적 행동은 이기성과 이타성 중 무엇을 근간으로 할까? 주관적 견해로는 성악설>성선설, 이기성>이타성이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인간은 특히 단순히 설명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생명체다. 누군가 한 방에 간단명료하게 인간의 본성을 설명한다면? 그를 고자처럼 자급 반열에 올릴 만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5. 5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2. 2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지역 기업과 1대 1 매칭…50+부산포털도 가동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