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법무사회 “기준 변경 요청”

부산의 대규모 재건축 조합에서 등기업무를 맡을 법무사법인 입찰을 진행하면서 선정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제시, 지역 업체의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2~3년 새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법무사법인을 서울 업체가 독식하면서 지역 상생 가치에 어긋난다고 호소한다.

사진은 부산지역 한 아파트 전경. 기사와는 무관함. 국제신문DB

부산지방법무사회는 수천 세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의 A 조합 법무사법인 선정 입찰 기준과 관련해 조합 측에 기준 변경 재고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22일 밝혔다.

법무사회가 공문을 보낸 것은 조합이 법무사법인 입찰을 위해 지난 19일 공개한 심사 기준이 지역 업체의 진입을 막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하면 조합은 보존등기(부동산 소유권의 보존을 위하여 하는 등기) 및 소유권 이전등기를 대리 신청해 줄 법무사법인을 입찰을 통해 선정한다.

법무사회는 A 조합이 공개한 심사 기준이 지역 법무사법인 참여를 원천 배제하고 서울의 일부 대형 법인만 충족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심사 배점표에 따르면 법무사법인의 3년간(2019~2021년) 매출액 합계가 100억 원 이상이어야 최고점인 10점을 받을 수 있다. 또 임직원 수가 30명 이상 돼야 10점을 준다. 하지만 부산에는 이 같은 규모를 갖춘 법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법무사회 설명이다.

부산법무사회 측은 “건당 100만 원 이하인 수임료 수준과 법적으로 법무사 1명당 사무원 5명만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3년간 매출 100억 원·30명 이상의 임직원이란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서울의 일부 대형 합동 법무사법인 외에는 전국적으로도 몇 군데 없다. 사실상 부산에서는 가져갈 수 없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심사 기준을 이용해 지역 법무사들을 배제하는 것은 업계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와 달리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필요한 법무사법인을 서울 소재 업체로 선정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남구의 B 재개발·연제구의 C 재개발·동래구의 D 재개발 등 4000~9000세대에 이르는 대형 사업 등기 업무를 서울 소재 법무사법인이 맡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관련 등기 업무는 비교적 쉬운 업무여서 법인 규모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부산의 거의 모든 재건축·재개발을 지역 법무사가 처리했다. 그럼에도 서울 소재 법인이 잇따라 사업을 수주한 것은 부산지역에 부동산 붐이 일자 규모를 앞세워 지역 일감을 싹쓸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 선정은 조합의 자유지만 지역 법인이 선정되기 어려운 기준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 조합 측은 사업 규모를 고려해 기준을 정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다른 재개발·재건축의 법무사법인 입찰 기준을 살펴본 뒤 상황에 맞는 기준을 정했다. 기준을 정하는 것은 조합의 자유여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다만 부산법무사회 요청이 들어온 만큼 일단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