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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6> 생물학과 생태학 : 관점의 차이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12-26 19:02:2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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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때는 생물을 배웠다. 요즘은 생명과학을 배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렇다면 생물학은 생명과학보다 하위 학문인가? 아니다. 생물학은 생명과학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며 근본적인 학문이다. 생명학 생명과학 생명공학 생화학 등은 생물학(biology)으로부터 파생되었다. 비록 초중고 교과명으로서의 생물은 사라졌지만 생물학은 건재하다.
오히려 학문적 위세가 견고해졌다. 그토록 생물학 위세를 이룬 이가 윌슨(Edward Wilson 1929~2021)이다. 그가 1975년에 내놓은 ‘사회생물학’은 생물학의 파워를 드러내는 신호탄이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윌슨의 사회생물학으로 진화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교양도서로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26개 장으로 구성된 전문도서다. 해파리에서부터 인간까지 사회를 이루고 사는 온갖 생물들을 다룬 책이기에 사회생물학이다. 개체들이 집단을 이루며 사는 사회현상이 모두 진화로부터 비롯되었단다. 마지막 26장에서 인간의 사회성도 다루고 있다. 인간의 사회성이나 곤충류 어류 파충류 등등의 사회성이나 별반 차이가 없단다. 이로 인해 그는 반대파로부터 모진 욕을 먹었다. 그러나 윌슨은 꿋꿋했다. 사회생물학 책의 부제는 ‘새로운 합성’이다. 사회생물학자의 꿋꿋한 야심이 녹아 있는 부제다. 사회생물학이 뭘 합성하려길래?

그 집요한 야심에 따라 1998년 내놓은 책이 통섭이라고 번역된 ‘Consilience’이다. 콘(con)은 모두란 뜻이다. 실리언스(silience)는 미국인도 모르는 라틴어다. 점핑(jumping)의 뜻이란다. 그러니 콘실리언스는 모두 뛰어오른다는 뜻이다. 도대체 뭐가 모두 뛰어오르길래? 통섭 책의 부제인 ‘지식의 대통합’에서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다. 생물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지식들을 생물학이 크게 합성하고 통합하여 모두 함께 같이 뛰어오른다는 뜻이다. 즉 생물학이 인문학과 사회과학마저 대통합하여 뛰어오르겠다는 뜻이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모두 생물학적 진화의 결과이니 생물학이 주도하는 대통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통섭이 수평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통섭(通涉)이나 커뮤니케이션 소통(疏通)의 뜻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생물학으로 통합하여 묶어(統) 하위 학문지식들을 수직적으로 다스린다(攝)는 뜻이다. 제국주의 같은 생물학 제학주의(帝學主義) 의도를 알아챈 인문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은 통섭을 지적 사기라고까지 비난했다.

그럼에도 윌슨학파의 야심은 제대로 먹혔다. 사회생물학은 심리학을 통섭하는 데 성공했으니 진화심리학이다. 인간의 심리는 생물학적 진화의 결과란다. 경제학을 통섭했으니 행동심리학이다. 진화의 결과인 인간의 행동을 기반으로 한다. 생태학을 통섭했으니 행동생태학이다. 진화의 결과인 인간의 행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하여 생태계 안에서 인간을 살피는 게 인문생태학이다. 사회생물학 관점은 인간사회에서 생물학적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지만 인문생태학 관점에선 인간사회를 포함하는 생태계에서 생태학적 인간을 연구한다. 사회생물학 관점과 인문생태학 관점! 모든 게 다 관점의 차이다. 관점이 달라지면 생각도 행동도 달라진다. 하지만 관점의 차이도 진화의 결과일까? 그리 여긴다면 나도 사회생물학자에게 통섭되어 포섭된 거다. 아무렴…윌슨 선생의 명복을 빈다. 저승에선 통섭(統攝)마시고 통섭(通涉)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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