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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7> 생명 생물 생태 : 생태철학 실천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1-02 19:06:1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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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생물, 그리고 생태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만일 이런 주관식 서술 문제가 대입 논술에 출제된다면 어찌 답할까? 실제로 프랑스에선 이런 식의 고교졸업 인증 및 대학입학 자격시험 문제가 출제된다. 바칼로레아로 불리는 이 철학문제는 꽤 어려운 편인데도 합격률이 80~90%란다. 그만큼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철학을 잘 알고 글을 잘 쓸까? 정확한 현지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시험에 합격해야 본격적 대입시험을 칠 수 있다. 일단 생각력과 문장력을 필요로 한다. 더 나아가 무슨 문제든 문제에 나온 낱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

목숨 있는 생명 - 생명 지닌 생물 - 생물 간의 생태
▷생명(life)이란 그 생(生)에 명(命)이 있다는 뜻이다. 생명의 가장 큰 특징은 명이다. 명은 목숨이다. 목숨이 있으면 삶이고 없으면 죽음이다. 단 한 개 세포로 이루어진 박테리아나 원생생물인 아메바든 60개 조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이든 목숨이 있기에 생명이다. 생명은 반드시 죽음을 동반한다. 죽지 않으면 생명이 아니다. 불로초처럼 생명을 연장시키는 영약(靈藥)은 있겠지만 영생(永生)은 없다. ▷생물(bio)이란 생명을 가진 물질이다. 생명 없는 물질로부터 생명 있는 생물이 나왔다.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을 딱 하나 꼽으라면? 삶과 죽음이 있는 생명체인 초미세 생물이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물질을 연구하는 것이 물리라면 생물을 연구하는 것이 생물학(biology)이다. ▷생태(eco)란 생명을 가진 생물들이 사는 집이다. 그런데 한자로 생태의 생(生)은 싱싱한 새싹의 모양이다. 태(態)는 당당한 곰의 마음이다. 그러니 모든 동식물의 집이 생태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집의 살림살이 관리를 논하는 게 경제학(eco-nomy)이라면, 생물들이 사는 각각의 집들이 어떻게 서로 이루어져 있는지 집들 간 사이사이 관계를 전반적으로 논하는 게 생태학(eco-logy)이다.

이렇게 생명과 생물 그리고 생태라는 단어의 뜻을 살폈다면 이제 그 개념들의 연관성을 살피는 게 좋겠다. 그래야 논술 문제에 잘 답했다고 평가받기 쉽다. 이미 세 단어의 뜻을 설명할 때 연관성을 언급하였지만 하나로 정리하여 연관성을 정리하여 설명하자면? 목숨이 있는 것이 생명이며, 그런 생명을 가진 물질이 생물이며, 생물들 간의 관계가 생태다. 이 정도까지 서술했다면 쓴 내용에 관해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하면 엑설런트하다.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글 내용을 요약하는 적절한 그림은 짧은 시간에 평가자의 시선 관심 호의를 확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림까지 글 내용의 핵심을 압축 요약 정리했다면 이제 결론을 낼 차례다. 생명 생물 생태 중 방점은 어디에 있나? 문제 출제 의도를 가늠하여 자신의 생각을 적으면 된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생물 문제라기보다 맨 마지막 생태에 관해 묻는 철학 문제다. 그러므로 지금의 생명과학 생명기술 생명공학이나 세포생물학을 넘는 분자생물학 등에 관해 쓰기보다 현대사회에서 생태학의 중요성을 쓰면 만점은 떼논 당상이다. 생명과학이나 생물학을 잘 안다고 생태학을 잘한다는 건 아니다. 생태학은 넓게 조감(鳥瞰)하는 철학 영역이며 손발로 행동하는 실천 영역이기 때문이다. 말로만 지식적으로 생태를 논할 순 없다. 쓰레기부터 주워야 감히 생태학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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