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자수첩]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명문초 공사현장 찾은 국토장관, “조폭 같은 화물연대 책임” 발언

실제 공정률 보니 파업영향 미미…애초 공기계획 짧아 연기 불가피

  • 최혁규 기자 narrative@kookje.co.kr
  •  |   입력 : 2023-01-12 20:40:50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2일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공사현장을 방문한 국토교통부 장관님. 장관님의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장관님은 이날 부산과 경남 창원을 방문해 “무법지대에 있는 조폭이 노조라는 탈을 쓰고 설친다”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려고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개교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진 명문초를 방문하셨겠지요. 소위 ‘무법 노조’의 패악질을 막자는 그 말씀의 배경으로 활용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원희룡(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명문초 건립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명문초의 개교 지연은 화물연대 파업만이 이유가 아닙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화물연대·레미콘파업·태풍 힌남노 때문에 명문초의 개교가 늦어졌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죠. 노조를 초등학교 개교 지연의 이유로 콕 집어낸 시교육청의 담대함에 우선 놀랐습니다.

그리고 실제 명문초 공정률을 따져보니 파업이 공기에 미친 영향은 미미해서 또 놀랐습니다. 지난해 5, 6월 레미콘파업과 화물연대 파업(1차) 당시 한달간 명문초 공정률은 각각 1.91%, 2.44%였습니다.

그런데 파업이 끝난 이후인 7, 8월에도 월별 평균 공정률은 각각 2.07%와 2.44% 수준입니다. 오히려 화물연대 파업(2차, 지난해 11월 24~12월 9일)이 진행되던 지난달의 공정률은 7.91%를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명문초 착공 시점(2021년 12월6일)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공정률이 40.88%였다는 점에서 이달 준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다만. 이렇게 말씀하실 수는 있습니다. 파업이 끝난다고 바로 공사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고. 맞습니다. 그래서 명문초등학교(28학급·891명)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학교의 공사 기간을 시교육청에 문의하니, 통상 24개월 정도는 걸린다고 하십니다. 명문초는 착공이 2021년 9월이고, 애초 준공이 2023년 1월이었으니 일반적인 경우보다 8개월이나 짧은 공사기간이 계획돼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기 연장이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명문초 개교 지연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노조입니까? 시교육청입니까?

다만. 사회부 기자인 제가 장관님의 발언에 감히 초를 치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먼 부산까지 내려오셔서 친히 사용하신 단어가 ‘무법’ ‘조폭’ 등 장관의 입에서 나올 만한 품격 높은 단어가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조 악마화’와 ‘혐오의 만연화’를 장관이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몸소 보여주신 점은 아마 평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중순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명문초 개교가 연기된다는 언론 기사가 나왔지만, 최근 일부 보수언론 기사에 부리나케 부산으로 달려오신 그 결단력도 놀랍습니다.

시 교육청에도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조만간 학생들이 발 디딜 그 명문초 건물에도, 낮은 운임을 메우기 위해 밤새워가며 운행하는 화물노동자들의 땀이 배어있다는 것을요.

최혁규 메가시티사회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3. 3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6. 6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7. 7"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8. 8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9. 9“사업비 턱없이 부족”… BS한양,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 탈퇴 의사 밝혀
  10. 10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7. 7“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8. 8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9. 9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10. 10양산시, 종합장사시설 후보지 오룡마을 선정…2030년 말 준공 목표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