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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이상 기업’ 재해사망 되레 증가…이 와중에 처벌 완화?

빛바랜 중대재해법 1년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3-01-26 19:51:18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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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56명으로 전년比 8명 늘어
- 총 229건 중 기소 4.8% 11건뿐
- 50인 미만 사업장 감소세와 대조
- 정부 자율예방 정책 공론화 논란

일하다 죽는 노동자를 없애자는 취지로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27일로 시행 1주년을 맞는다. 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수는 감소했지만,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 위반으로 실제 처벌받은 사업주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이 사망 사고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 4·16연대 강당에서 산재·재난 피해자와 인권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중대재해 자율규제와 처벌완화 기조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 정신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적용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22년 산업재해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644명(611건)이다. 2021년 683명보다 39명 줄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의 사망자는 248명에서 256명으로 8명 늘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388명으로 전년 435명보다 47명 줄었다. 이 통계는 지난해 처음 집계된 것으로,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의 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본 사건을 대상으로 나온 수치다.

사고 범위를 더 넓게 다루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재해 승인 기준 통계에서는 지난해 1~9월 숨진 산재 사망자(질병사망자 제외)가 632명으로 나타난다. 전년동기 678명 대비 46명 감소했지만, 이는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사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숨진 사고사망자는 551명에서 505명으로, 전체 사망자 수 감소와 같다. 같은 시기 부산도 45명에서 25명으로 대폭 줄었다.

법 도입 이후 산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줄었다. 그러나 대상으로 삼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면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27일~12월 31일 적용 대상인 중대재해는 229건 발생했으나 이 중 검찰 기소는 11건(4.8%)에 그쳤고, 판결은 아직 한 건도 나오지 않아 사실상 현장에 적용되지도 않았다. 

여기에 더해 노동부가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하며 “중대재해와 관련한 정책을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기규율(자율) 예방 및 엄중 처벌’로 전환하겠다”고 공식화하자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산노동권익센터 박진현 주임은 “그동안 처벌이 없었다. ‘종이호랑이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안전사고를 방지할 시스템을 마련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당근과 채찍이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이 제대로 현장에 적용되려면 현실에 맞게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활동가는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은 법안 속 예방 규정과 처벌 규정을 모두 적극적으로 시행한 뒤 따져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강원대 전형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지난 1년간 경영계는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법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 표시를 하고, 노동계는 처벌 강화만을 외쳤다”며 “일반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하고, 상습·반복적이거나 사망자가 많은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중 처벌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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