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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조선 쇠퇴에 지역 휘청…젊은 일꾼 다 떠나 맥 끊길 판

영도…먼저 온 부산의 미래 <7> 수리조선업 현장을 찾다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23-01-29 20:10:39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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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 대형화와 경기 침체로 위축
- 업체 “직원 40명서 5명으로 줄여”
- 최대 손님 러… 전쟁에 노심초사
- 당국 소극행정에 일감 놓치기도

- 숙련공 고령화에 인력난 아우성
- 전문인력 양성 교육기관 필요성
- 학교시설·빈집 등 활용도 한 방법
- 외국인에게 문호 개방 목소리도

수리조선은 영도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실제로 수리조선 산업이 활황일 때 영도구의 인구는 정점에 도달했다. 지역경제도 호황을 누렸다. 반면 2000년대 선박 대형화와 조선 경기 침체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수리조선 산업이 쇠퇴하자 영도구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수리조선 산업 현장을 30년 이상을 지켜온 대성선박의장공업사 구자구(64) 대표와 ㈜한양이알 안기수(67) 대표에게서 현재와 미래 전망을 들어봤다.
대성선박의장공업사 구자구(앞줄 왼쪽 두번째) 대표가 부산 영도구 부영부두에서 수리 선박에 올라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한양이알 안기수(왼쪽) 대표가 직원들과 작업을 하는 모습. 이원준 기자
지난 27일 영도구 부영부두에서 만난 구 대표와 안 대표는 “지금은 부두가 다소 한산해 보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육상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리를 받으려는 배가 넘쳤다. 배 안에서 작업하는 수리공들과 교대인력이 북적 북적했다. 점심 식사도 시간대를 몇 번 나눠서 해야 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2010년대에 들면서 해마다 분위기가 위축되더니 201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산업 현장이 얼어붙은 ‘동토’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1991년 개업한 구 대표는 선박 내부 인테리어가 전문이다. 6년 전 회사를 인수한 안 대표는 전기·배전 수리를 주업으로 한다. 구 대표는 수리 조선 산업이 호황일 때 최대 40명까지 고용했으나 현재는 5명에 불과하다. 구 대표는 “잘나가던 시절하고 비교할 수는 없다. 산업 구조나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면서도 “기업을 운영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수리조선 현장의 사정이 이러니 영도 경제 전반이 쇠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영도 수리 조선업계의 최대 손님인 러시아 선박의 입항 여부에 변화가 생길지 매일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본다. 안 대표는 “러시아와의 관계는 영도 수리 조선 산업의 존망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러시아 정부가 출항 금지 조처를 한다면 수리조선업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 대형 선박 두 척이 부산항에서 수리·점검을 위해 들어오려다 ‘접안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경남 거제시로 이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영도 수리조선업계의 불만이 커진 이유다. 이들은 “입항을 거부당한 선박은 규모가 길이 150m와 200m에 달하는 대형급이어서 최소 한 달가량의 장기 접안이 필요했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어 불허했다고 한다.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충분히 가능했는데 무사안일 행정 탓에 일감을 놓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선박의 규모에 따라 수리·점검 작업에 100억 원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영세업체 10여 개의 존립이 달린 문제라는 점을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상황도 비관적이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게 선박 수리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기술력을 갖춘 선박 수리공들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이 가장 큰 고민이다. 실제 구·안 대표 회사의 기술인력 모두 65세 이상이고, 이 중 베테랑 숙련공으로 불리는 기술자들은 대부분 70세 이상이다. 구 대표는 “지금은 일할 사람이 없어 사람을 찾아 다녀야 할 판인데 불과 몇 년 뒤 지금의 기술자들마저 현장에서 사라지면 수리조선의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수리조선 기술을 배우겠다는 2030세대는커녕 기술을 조금이라도 맛본 4050세대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리조선 현장은 그야말로 ‘늙어가는 영도’의 축약판”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수리조선업 부활과 영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리조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조속히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바다가 있는 한 선박의 수리·점검 수요는 있기 마련이다.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 현장의 기술자들이 은퇴하고 나면 배를 고쳐달라고 주문을 해도 사람이 없어 돌려보내야 할 지경”이라며 “수리조선업을 살려보겠다고 땜질식으로 예산을 투입하면서 이것저것을 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인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체계적인 학습으로 기술을 습득한 전문인력이 계속해서 배출되면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고 수리·점검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도 “영도에는 수리조선 인력을 교육시킬 현장 기술자도 많고, 무엇보다 곳곳이 실습 현장이다. 학생 수가 줄어든 학교를 훈련기관으로 활용하고, 주변에 있는 빈집을 훈련생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며 “궂은일을 피하려는 국내 일자리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훈련생 모집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문호를 대폭 개방해 이들이 국가나 지자체가 보장하는 전문 기술을 배우게 한 뒤 수리조선 현장에 투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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