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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02> 월남과 벳남: Vietnam 사람들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2-13 19:16:1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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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메 비슷한 한자 미(美)를 빌려다 미국, 잉글랜드의 잉 비슷한 한자 영(英)을 빌려다 영국, 프랑스와 비슷한 한자를 빌려다 불란서(佛蘭西), 오스트레일리아의 오 비슷한 한자 호(濠)를 빌려다 호주, 도이칠란트의 도이 비슷한 한자를 빌려다 독일(獨逸)이라 쓴다. 마찬가지로 베트남과 엇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빌려다 월남(越南)이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착각이자 오해이며 무식과 무지의 발로이자 소치였다. 월남을 Vietnam으로 쓴 것인데 나는 거꾸로 Vietnam을 월남으로 음차(音借)해 썼다고 잘못 알았던 것이다. 모르는 걸 알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다. 평생 모르는 걸 모르는 진짜 무식한 어리석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나는 또 얼마나 모르는 걸 모르며 자기확신에 가득 찬 무지한 삶을 용감하게 살게 될까? 내가 가진 알량한 지식과 통념적 생각을 늘 회의(懷疑)하며 살아야 하겠다.

월남→Vietnam(벳남)으로 표기
아무튼 월남과 같은 한자를 쓰는 월나라는 2500여 년 전 춘추시대 때 있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고사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사이가 나빴던 월(越)나라는 오(吳)나라를 멸망시킨다. 이때 부차 구천 서시 범려 등이 나온다. 사기(史記)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월나라는 초나라에 망한다. 그렇다고 월나라가 지금의 월남은 아니다. 월나라와 월남은 다른 나라다. 월나라는 지금의 상하이 아래 저장성 항주 지역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중국 4대 미인 중의 한 명인 월나라의 서시가 월남 사람은 아니다.

다만 월나라 사람인 비엣(Viet)족은 유전적으로 중원의 한족보다 인도차이나반도 남방인과 가깝단다. 또한 초나라에 멸망당한 후에 월나라 권력층 상당수는 남쪽으로 옮겨가 남월이라는 나라에 합류했을 수 있다. 그들은 중국에서와 똑같이 춘절을 지내며 살았다. 당연히 월남식 한자인 쯔놈(字喃)을 사용했었다. 월남은 한자문화권 국가였다. 가령 월남의 수도인 하노이는 강 안쪽에 자리 잡은 하내(河內)라는 한자어에서 온 말이다. 베트남 최대도시인 호치민도 건국지도자인 호지명(胡志明)의 한자 이름에서 온 말이다. 그들은 원래 한자를 사용했지만 한자를 폐기했다. 한자로 이룬 역사와 전통도 상실했다. 서양인들이 쯔놈을 대신해 알파벳 문자에 성조(聲調)를 표기하여 그것이 공식문자가 된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벳남으로 발음되는 월남은 Vietnam이 되었다.

베트남의 정식명칭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다. 건국하기까지 그들은 치열하게 싸웠다. 1884년부터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지만 베트남인들은 1954년 디에비엔푸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이기며 스스로 독립을 쟁취했다. 세계최강을 자부하던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1975년에 승리했다. 1976년 통일건국 후 1979년에 일어난 중국과의 전쟁에서도 무승부라지만 60만 대군으로 공격하던 중국이 먼저 철수하며 지지 않았다. 베트남인들은 작고 순해 보이지만 싸우면 물불 안 가리고 악착같이 달려든단다. 강인한 사람들이다. 인도차이나반도 동남쪽 전역을 차지하는 길다란 국토에 1억 명 가까이 산다. 오토바이를 주로 타며 바쁘게 살아가는 부지런한 Vietnamese! 우리와 닮은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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