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끈한 시민사회 1만 서명운동
- 3·1절 부산 동구서 수여하기로

지난해 연말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94·사진) 할머니에 대한 국민훈장 서훈에 제동이 걸리자 부산 시민이 힘을 모아 평화훈장을 수여하자는 서명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서훈할 예정이었으나, 외교부의 제동으로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광주에 이어 부산 서울 등 전국적으로 서명 운동 열기가 번져나가고 있다. 시민단체는 1만 명의 서명을 모아 다음 달 1일 삼일절에 평화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19일 부산시민평화훈장추진위원회는 서명운동 시작 5일만인 이날 기준 모두 1077명의 시민이 온라인 서훈 운동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종이 서명 참가자까지 포함하면 약 2000명의 부산 시민이 참여한 걸로 추산한다. 추진위는 부산 겨레하나 부산지역 대학 민주동문회 연석회의 등 모두 70여 개 사회단체가 함께 꾸렸다. 평화훈장 시민 참여는 1만 명을 목표로 다음 달 1일 오후 3시1분 동구 항일거리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평화훈장 수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 할머니는 국민학생이던 13살 때 중학교에 보내주겠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일본 미쓰비시 군수공장에 끌려갔다. 17개월 동안 전투기 제작에 투입되는 등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보호장구도 없이 장시간 화학제품으로 비행기의 녹을 닦아내고 페인트 칠했던 까닭에 양 할머니는 눈과 코에 영구적인 상해를 입었다. 이후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귀국했고, 1992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기업 사과와 배상 요구 소송을 이어갔다.

부산 동구 항일거리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열린 양금덕 할머니의 부산시민평화훈장 서훈 추진 기자회견 모습. 부산시민평화훈장추진위원회 제공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1월 29일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승소 확정판결을 내리며 사과와 배상의 길이 열리는 듯 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 국민훈장 모란장에 양 할머니 서훈을 결정하고 석달 뒤인 12월 19일 인권의 날에 시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외교부가 부처 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견을 표명해 중단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6일 국무회의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수여가 취소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추진위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꾀하는 정부가 할머니께 국민훈장을 수여하면 행여나 일본이 반발할까 싶어 중단한 것이다. 정부가 거부한다면 시민이 나서서 할머니께 훈장을 달아드리자는 취지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