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견 핏불테리어종 45마리 사육
- 낡고 좁은 케이지… 러닝머신도
- 명백한 학대증거 없어 구조 못해
23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 한 야산. 가파른 산길 초입에는 ‘맹견주의’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산속 깊이 진입하자 핏불테리어 수십 마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개들은 약 1m 길이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었다. 낡고 후미진 케이지는 중형견 한 마리가 겨우 몸을 우겨 넣을 정도의 크기에 불과했다. 주변은 서둘러 치운 듯한 것으로 보이는 사료 봉투 등 각종 폐기물이 가득했다. 동물 유해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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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 한 야산에 투견장으로 의심되는 장소가 발견돼 동물보호단체와 기장군 관계자 등이 케이지에 갇힌 개를 살펴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이날 국제신문 취재진은 부산시와 기장군, 동물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철제 링에서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현장 확인에 나선 것이다.
투견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훈련용으로 쓰이는 러닝머신은 물론, 발이나 엉덩이를 다친 개 또한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사육 중인 개 대다수는 투견인 핏불테리어였다. 커다란 철제 케이지와 함께 현장에서 확인된 핏불테리어는 45마리, 케이지는 210여 개였다.
시 관계자는 “전형적인 투견장이다. 다른 용도로 이곳이 운영됐을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견은 동물학대(동물보호법 위반)로서, 명백한 불법이다.
이 야산 소유주에 따르면 이곳 일대 3300㎡는 약 20년 전부터 투견용 개 농장으로 쓰였다. 농장을 운영하는 이는 모두 4명으로, 각 농장은 서로 인접해 사실상 하나의 공간처럼 쓰였다. 개 농장주들은 이곳에 불법시설물을 짓는 등 이 공간을 점유해왔다. 야산 소우쥬 A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마리 넘는 개가 사육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사정에도 개들은 구조되지 못했다. 영양 상태 등을 봤을 때 학대를 당했다고 판단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상 실제 개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이 확인되는 등 명백한 학대가 없으면 함부로 유기견 시설로 데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농장주 또한 “사냥개를 키우는 것”이라며 투견장 의혹을 부인했다. 통상적으로 투견은 상당한 수준의 관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목줄이 달린 러닝머신이 설치된 점이나 사육 중인 견종(핏불테리어)으로 봐선 투견장으로 쓰인 게 확실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상 명백한 학대 없이는 구조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주인이 오는 6월까지 사육 시설을 철거한다고 한 만큼 약속을 이행하는지 계속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