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ｍ 더 가 U턴 30분 더 걸려”
- 주민, 교통정체 불편 심화 우려
- 긴급 간담회 등에도 해법 난항
- 부산시 “터널 설계 변경 어렵다”

부산 연제구와 북구를 잇는 만덕3터널 이 개통하면 터널 출입구에 있는 2200세대 아파트의 유일 통로가 사실상 막힐 위기에 처해 주민 반발이 거세다.

지난 24일 부산 북구 만덕동 만덕3터널 출입구 공사 현장. 2200세대 아파트 단지가 있는 함박봉로 140번길 방향으로 좌회전 금지 예정을 안내하는 현수막 앞으로 좌회전 중인 차량이 지나고 있다. 김민정 기자

27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연제구 거제동~북구 만덕동(4.37km)을 잇기 위해 2016년 1월 착공한 만덕3터널이 오는 6월 개통한다. 이에 지난 15일 만덕동 터널 출입구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2월 말부터 만덕 119안전센터 앞 좌회전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게시됐다. 좌회전이 금지된다는 소식에 인접한 A(882세대), B(1350세대) 아파트 주민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19센터가 있는 함박봉로에서 두 아파트 방향인 함박봉로 140번길로 좌회전하는 도로는 아파트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이기 때문이다.

좌회전이 불가능해진 이유는 함박봉로 왕복 6차로 중 터널 진출입 차량 전용으로 4차로를 배정하고 나면, 터널 방면과 덕천동 방면 양방향으로 1차로씩만 남기 때문이다. 덕천동 방면 차로가 1개만 있으면 차량 통행 흐름 상 직진만 가능하고 아파트 방향으로의 좌회전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터널 개통 후에는 좌회전 구간에서 500m를 더 직진해 U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곳 주민은 “차량 정체가 심한 곳을 왕복 1㎞나 돌아오게 하는 것은 사실상 유일한 출입구를 차단하는 것이다”며 반발한다. 특히 주민들은 이 일대가 두 아파트뿐만 아니라 3개 학교와 공공기관 1곳이 있어 평소에도 출퇴근 차량 정체가 심해 U턴 시 30분 이상 소요되며, 좌회전이 안 될 경우 교통난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구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좌회전이 가능한 방법을 고안해 부산시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터널 출입구와 아파트 앞 횡단보도 사이 간격을 기존보다 늘려 터널 차량의 정지선을 확보하고, 좌회전과 직진이 가능한 차로 1개씩 총 2개 차로를 두는 방법이었다. 시도 이를 받아들여 해당 내용을 추가한 교통영향평가를 다시 받았지만, 좌회전 신호가 있으면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과 혼선이 생겨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북구 관계자는 “평소에도 막히는 곳이어서 터널이 개통되면 일대 마비가 뻔하다”고 우려했다.

주민 반발이 계속되자 시는 지난 22일 주민 대상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주민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입주민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A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주민과 상관이 없는 터널 공사가 진행돼 수년 동안 고통받았다. 차선이 자주 바뀌어 교통사고도 여러 번 났으나 지역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참았지만 주거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유일한 출입로가 사라졌다”며 “터널 진출입로를 고가다리로 해 기존 도로 위로 지나게 설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 점이어서 설계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구와 주민 건의에 따라 좌회전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교통영향평가까지 다시 받았지만 심의위를 통과하지 못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