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ｔ트럭 40대에 실을 분량
- 도시철 3호선과 32ｍ 거리
- 부산시 27일에야 서행 조치

부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지하 40ｍ 이하 깊이에 건설한 도로) 공사 현장에서 흙과 돌이 흘러내리는 붕락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시는 사고가 난 지 사흘 만에 인근에 있는 도시철도 3호선의 차량 운행 속도를 낮추는 등 안전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석이 무너져 내린 대심도 현장을 공사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부산시 제공

28일 시에 따르면 지난 25일 새벽 12시40분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 현장에서 흙과 돌(토석) 등이 흘러내렸다. 사고가 난 지점은 만덕에서 센텀으로 향하는 해운대 방향으로, 만덕터널에서 미남교차로 사이 지하 60ｍ 지점이다. 시는 사고 전 전조 증상이 발생해 작업자가 모두 철수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으며, 흘러내린 토석은 750㎥가량으로 25ｔ 덤프트럭 40대에 실을 수 있는 양으로 알려졌다.

만덕~센텀 대심도 건설 사업은 북구 만덕동에서 해운대 재송동까지 9.62㎞ 구간의 지하를 뚫어 왕복 4차로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의 첫 대심도 건설 사업으로, 이 도로를 이용하면 40분 걸리던 이동 시간이 10분으로 단축돼 큰 관심을 모았다. 2019년 착공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사업비는 7832억 원, 현재 공정률은 35% 수준이다. 민간사업자는 GS건설 컨소시엄이다.

시는 강관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반이 붕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공사를 중단한 뒤 응급 조치에 들어가는 한편, 대한 토목학회 119토목구조대에 현장 검증을 의뢰했다. 또 현장 주변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32ｍ 떨어진 도시철도 3호선 만덕~미남역 구간에 대한 조치는 지난 27일 오후 5시 이후에야 이뤄졌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지하 60ｍ 지점으로, 지하 30ｍ 지점을 지나는 도시철도가 사고 영향권에 포함된다. 시는 부산교통공사와 협의해 해당 구간에 대해서는 전동차 운행 속도를 시속 70㎞에서 25㎞로 낮춰 서행 운전하도록 했으며, 대한토목학회의 자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서행 운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는 붕락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강관을 추가 보완하고, 내시경을 통해 흙이 빈 곳을 파악해 그라우팅(시멘트 등 충전재를 건축물의 균열 등에 강제로 주입하는 공법)으로 보강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사고가 발생한 지점 상부에 지중침하계를 9개 설치해 도시철도 지반에 대한 계측도 진행한다.

하지만 도로와 주택 등이 즐비한 지하 아래에서 다량의 토석이 흘러내린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내시경을 통해 추가로 흙이 빈 공간이 없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으며, 토목학회 의견을 받아 도시철도 정상 운행 조치와 보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