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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05> 영국과 미국 : UK to USA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3-06 19:06:5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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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명이 가장 헷갈리는 나라를 하나 꼽자면? 영국 아닐까? 잉글랜드의 잉을 한자로 음차하여 꽃부리 영(英)을 써서 영국인데 정확한 이름은 아니다. 잉글랜드는 수도 런던이 있는 주된 지역이긴 하지만 영국 전체는 아니고 일부이기 때문이다. 브리튼이라는 큰 섬에 있던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왕국과 바다 건너 북아일랜드에 있던 왕국을 합친 나라가 영국이다.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줄여서 UK다. UK는 인류사에서 의회 민주주의와 산업 자본주의의 발상지이며 산업혁명의 발원지였다. 뛰어난(英) 영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패권국가였다. 과장된 말이긴 했지만 영국신사라는 말도 들었다.

영국(UK)에서 미국(USA)로 넘어간 세계패권.
그러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의 축이 넘어갔다. 그리 되기까지 미국 역사는 극적 드라마 같다. 1620년 영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정착한 매사추세츠주의 슬로건은 미국의 정신(The spirit of America)이다. 보스턴 등 이 지역 자동차는 번호판에 이 슬로건을 자랑스럽게 달고 다닌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당당한 정신으로 1776년 7월 4일 독립을 선언했다. 세계최강 영국군을 물리치고 승리했다. 미합중국(美合衆國) USA(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독립전쟁 총사령관이었던 워싱턴 장군은 1789년 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인류 역사 최초의 대통령이다. 일본인이 번역한 호칭에 따라 크게(大) 묶어서(統) 다스리는(領) 대통령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미국인들이 지은 이름은 소박하다. 앞(Pre) 쪽(side)에서 대표하는 프레지던트(Pre-sident)다. 초대 앞자리 씨(Mr. President)였던 워싱턴은 8년 동안 1, 2대 임기를 마쳤다. 그리고는 권력을 놓고 집으로 갔다. 쿨하게…. 이는 미국 정치사의 건전한 전통이 되었다. 만일 그가 프레지던트가 시시하다며 영국 왕처럼 킹이 될 권력욕을 부렸다면 미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에선 전 세계 웬만한 나라에서 흔하게 벌어진 독재, 그리고 쿠데타가 건국 후 200여 년 넘게 한 번도 없었다. 극심한 내전이었던 남북전쟁의 분열도 잘 봉합했다. 노예도 해방했다.

미국은 국운도 따랐다.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헐값에 샀으며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이겨 광대한 영토를 얻었다. 국력이 세졌다. 그러지 못했다면 미국은 1, 2차대전에 참전할 수도, 승리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면 세계의 패권국은 독일이나 일본 아니면 소련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은 1945년 독일과 일본을 패망시켰다. 끝내는 1991년 소련을 해체시켰다. 막강 미국이 없었다면 현대사는 전혀 달리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은 몹쓸 짓도 많이 했다. 원래 그 땅에 살던 원주민을 학살했다. 베트남에선 ‘뻘짓’도 했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만하며 쓸데없는 ‘힘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술력 기업력 경제력 군사력 문화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미국에 반대해도 가장 유학 가고 싶은 나라가 미국이다. 그렇다고 USA를 번역한 이름처럼 100% 아름다운 미국(美國)은 아니다. 일본에선 미국(米國)이라고 하던데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도 아니다. 다만 팍스 브리태니커를 구가했던 영국(UK)에 이어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는 미국(USA)이다. 세계사 큰 줄기에서 동시대 콘템퍼러리(con-temporary)하게…, 일시적 템퍼러리(temporary)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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