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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06> 중원과 중화 : 중국이란 나라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3-13 19:53:1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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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화산(華山)이라는 산이 있다. 화족이 살았다. 하수(夏水)라는 강이 있다. 하족이 살았다. 화족과 하족이 합친 화하(華夏)족에 의해 하나라가 세워졌다. BC 2070년 우임금이 개국한 이래 472년간 존재했단다. 상나라는 BC 1600년부터 554년간 존재했다 한다. 주나라는 BC 1046년부터 256년까지 790년간 장기 존속했단다. BC 770년 수도를 동쪽으로 옮긴 동주시대부터는 춘추-전국시대와 겹친 허울 뿐의 나라였다.

중원에서 넓혀 나간 한족의 중화 문화.
춘추 5패와 전국 7웅이 겨루기 이전에도 화하족은 자기네 지역을 세상의 중앙이라 여기며 중원(中原)이라 했다. 나름의 중화(中華) 문화를 이루며 살았다. 중원 바깥사람은 무식한 오랑캐라 여겼다. 동쪽엔 활이나 잘 쏘는 동이(東夷), 서쪽엔 창이나 휘두르는 서융(西戎), 남쪽엔 벌레처럼 미개한 남만(南蠻), 북쪽엔 짐승처럼 보이는 북적(北狄)이 산다고 비하했다. 중원을 둘러싼 이들 동서남북 오랑캐들도 차츰 전쟁에 끼어들었다. 중원 땅엔 제자백가를 비롯한 고품격 중화문화가 자리 잡았다. 중원의 중화문화는 중원을 침략하려 했던 이민족을 동화시켰다. BC 221년 진나라를 세운 진시황은 서쪽 오랑캐인 서융 사람이었다. 중원에서 벗어난 시안(西安)에 수도를 둔 이유다. 하지만 진시황은 화하족의 중화문화에 이미 동화되며 자신을 확장된 중원의 황제라 여겼다.

진나라 이후 한나라 때 중원 사람들의 정체성이 다져졌다. 그러면서 북쪽 오랑캐(北狄)인 흉노족 침입에 시달렸다. 흉노족은 중원을 침략하면서도 중원의 화려한 중화문화에 서서히 매료되었다. 위-촉-오 삼국시대 때 중원의 지리적 범위는 서쪽과 남쪽으로 확장되며 중화문화도 확장되었다. 다섯 오랑캐가 열여섯 개 나라를 이루더니 남쪽과 북쪽 왕조가 대립하던 때 북쪽 오랑캐 선비족은 성씨까지 바꿔가며 중화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었다. 수나라를 세운 선비족은 자신들의 북쪽 정체성을 이미 상실한 상태였다. 당나라는 제국의 성격을 띠며 통치영역을 넓혔다. 이후 5개 왕조와 10개 나라가 들어서면서도 중원의 중화문화는 더욱 확장되었다.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과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은 중원의 송나라를 괴롭혔지만 중화문화에 동화된다. 송나라를 멸망시키며 원나라를 세운 몽골족도 중원의 중화문화에 동화되었다. 중화의 부흥이라는 명나라의 지배층도 오리지널한 순수 화하족은 이미 아니었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의 여진족도 중화문화에 동화된 건 마찬가지다. 만주어를 쓰며 고유의 글자를 가졌던 만주족은 중원에 흡수되며 사라졌다.

그렇게 중원의 중화문화는 침략을 받으며 역설적이게도 범위가 넓어졌다. 확장된 중화문화를 받아들이며 1912년 신해혁명으로 세워진 나라가 중화민국이다. 중화민국을 대만 섬으로 내쫓고 1949년 세워진 나라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중국이라는 국가명의 기원이다. 중국에 사는 90% 이상의 주류 민족을 한(漢)족이라 칭한다. 하지만 원래 고유한 한족은 없다. 화하족이 살던 중원을 쳐들어간 침략자들이 중화문화에 동화되며 한족의 일원이 되었을 뿐이다. 침략받으며 확장된 중화문화권 사람들을 모두 통틀어 한족이라 통칭하는 거다. 중국이란 나라는 그렇게 중화문화를 바탕으로 컸다. 우리 한(韓)민족한테까지는 그 힘이 미치지 못했으니 다행이다. 침략을 안 해서였을까? 까딱했다간 우리도 중화에 동화되어 중국 내 50여 개 소수민족 중 하나가 될 뻔했다. 참으로 대단히 모질긴 한민족 지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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